통영시, 이장 공개모집 원칙 고수하자 현직 뿔났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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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추천 관행 대신 공모 입법 예고
경선 갈등 최소화·참여 확대 등 목적
선정위원회 별도 심사 뒤 임명 전환
“민주주의 역행·제 사람 심기” 반발도

통영시가 마을 이장 공모제를 추진하자 현직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통영의 한 마을 이장단이 주민들과 함께 관내 도로변에 꽃을 심고 있다. 통영시 제공 통영시가 마을 이장 공모제를 추진하자 현직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통영의 한 마을 이장단이 주민들과 함께 관내 도로변에 꽃을 심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가 주민 투표로 선출하던 마을 이장을 공개모집을 거쳐 임명하기로 해 논란이다. 경선 과정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개선안’이라는 설명이지만,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개악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편에선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영시는 최근 ‘이장·통장·반장 임명 및 정수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이장 선출 방식 변경이다. 이장은 지자체로부터 공공사무를 위임받은 마을의 대표다. 주민 거주나 이동 같은 호적 업무를 비롯해 경로당 등 각종 시설물 관리, 비상연락훈련, 주민 건의 사항 전달 등 전담한다. 월급, 회의 수당, 상여금 등으로 한 해 4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공식 직함을 부여하는 자리인 만큼 규칙(제4조 이장·통장의 임명)상 공개모집이 원칙이지만 예외 조항(제2항)에 따라 주민총회 또는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사람을 읍·면장이 우선 임명해 왔다. 하지만 경쟁자가 있어 경선을 치르는 마을에선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또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이 선출돼 홍역을 치르는 예도 있었다.

개정안은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마을)총회 추천자 우선권’을 없애고 반드시 공개모집을 거치도록 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별도 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방안도 담았다. 위원회는 읍·면·동장이 위촉한 7명 이하로 꾸리고, 마을 거주기간, 지원동기, 자원봉사, 나이, 주민 여론 등을 종합해 최종 후보자를 임명권자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또 관련 규칙 제3조(이장·통장의 임명자격)의 모호한 ‘거주’ 조건을 주민등록 기준으로 규정해, 해당 마을에 2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사람이면 실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공모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까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상반기 개최될 조례규칙심의위원회와 경남도 최종 승인을 받아 공포한 뒤 시행에 들어간다.

통영시 관계자는 “현행 방식에서는 이장이 물의를 일으키거나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도 행정이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는 데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마을회에선 참여 기회가 제한되거나 불만 제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아직 확정은 아니고,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직 이장들은 “행정 입맛에 맞는 사람을 꽂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통영시 이통장협의회 하형수 회장은 “크든 작든, 엄연히 주민 손으로 뽑은 대표”라며 “행정이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산양읍 영운리 이성조 이장은 “마을에 땅이 있다고 주민등록만 두고 실제로는 시내에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하면 마을에 살지 않는 사람도 이장이 될 수 있다는 건데, 되레 주민 갈등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또 다른 마을 이장은 “선거 때 현직에 유리한 우군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성난 이장들을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면서 시의회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장들은 의회 도움을 바라고 있지만, 규칙 개정은 집행부 고유권한인 탓에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의원은 “규칙에 대해 의회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면서 “일단 의견수렴 과정에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잘 반영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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