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이 ‘문역’으로 둔갑… 초량왜관 안내도 ‘오류투성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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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방치·설명 부실 지적에
본지, 부산대·부산외대 등 의뢰
20여 군데 오류, 비문도 많아
중구청 "내부 검토 후 대처"

부산 중구청이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에 ‘초량왜관종합안내도’ 중국어 번역 검수를 맡겼다고 17일 밝혔다. 중앙동 한국전력공사 건물 앞에 있는 초량왜관종합안내도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중구청이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에 ‘초량왜관종합안내도’ 중국어 번역 검수를 맡겼다고 17일 밝혔다. 중앙동 한국전력공사 건물 앞에 있는 초량왜관종합안내도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의 한 유적지 안내 표지판 번역이 상당수 오역된 채 5년 넘도록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글 설명마저도 불충분해 국내외 관광객들은 물론 시민들이 역사를 잘못 인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구청은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에 중앙동 ‘초량왜관종합안내도’ 중국어 번역에 대한 검수를 맡겼다고 17일 밝혔다. 지난달 23일 초량왜관종합안내도 중국어 번역에 오류가 많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수 결과는 다음 달에 나올 전망이다.


중구 용두산공원 일대에 있던 초량왜관은 1678년 완공돼 1876년 근대 개항까지 200여 년 동안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무역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2017년 부산 중구청은 시민과 관광객이 초량왜관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현재 중앙동 한국전력공사 건물 앞에 초량왜관종합안내도를 설치했다.

하지만 〈부산일보〉가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등에 초량왜관종합안내도 중국어 번역 검수를 의뢰해보니 20여 곳이 넘는 곳에서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상관(商館)을 성관(城館)으로 적은 오타를 비롯해 실제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비문도 발견되는 등 번역 오류가 다양했다. 특히 초량왜관이 중개무역 장소라는 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교역(交易)’을 ‘문역(文易)’으로 기입해 기본적인 번역조차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외국어대학 중국학부 김정훈 교수는 “현재 중국어에 쓰이지 않는 잘못된 어휘 사용과 오타가 많이 보였다”며 “중국어 문법에 어긋난 비문도 있어 전체적으로 큰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번역 바탕이 되는 한국어 설명마저 지나치게 일본 중심적으로 서술돼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무역에 참가한 조선 상인의 역할은 생략한 채 일본 상인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량왜관종합안내도에는 초량왜관에서 이뤄진 중개무역에 대해 “(초량왜관에는) 대마도 성인 남자 500여 명이 거주하면서 대륙과 해양 물산의 중개무역을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양흥숙 교수는 “실제 초량왜관 중개무역은 당시 동래 상인과 일본 상인 사이에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안내도 설명만 보면 자칫 일본 사람들이 조선 땅에서 동아시아 중개 무역을 담당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초량왜관종합안내도 한국어 설명을 담당한 부산초량왜관연구회는 "초량왜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다 보니 대마도 상인을 부각했다"며 "조선 상인 역할이 생략됐다는 지적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초량왜관에 대한 중국어 번역 오류 논란에 대해 2017년 초량왜관종합안내도가 세워질 당시 어떤 방식으로 번역 검수가 이뤄졌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구청 관계자는 “한글 설명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은 이번 〈부산일보〉 취재로 처음 인지했다”며 “한국관광공사 검수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초량왜관종합안내도 교체나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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