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개발 현장 곳곳서 수년째 학생 피해 속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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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2·전포1-1·양정1구역
통학로 위험·소음·분진 고통
교육환경평가 대상 제외 학교
학습권 보호 못 해 침해 더 심각
근본 대책 마련 절실 목소리

17일 오후 부산 계성여고 학생들이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로 학교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며 공사 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17일 오후 부산 계성여고 학생들이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로 학교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며 공사 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시내에서 추진되는 신축 공사와 재개발 열풍에 학생 안전과 학습권이 수년째 침해를 받고 있다. 재개발사업 등이 추진될 때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남구 우암2구역 재개발 현장 인근에서는 우암동 성지고 정문 인근을 지나는 아파트 공사 트럭 때문에 학생들의 등하굣길 사고 위험이 높아져 논란이 됐다. 학교 측은 당시 남부교육지원청에 공사장 출입로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부산진구에는 학교에 인접한 재개발 사업지가 많아 건설사와 학교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2021년에는 부산진구 전포1-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가 공사 예정지를 넘어가 동의중 부지인 학교의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 방음벽을 설치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 당시 동의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방음벽 설계 도면을 확보한 덕에 방음벽이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양정1구역의 경우 양정고·부산진여고·부산진여상과 인접해 있다. 통학로 안전뿐 아니라 공사로 인한 소음·진동·먼지 때문에 학생들은 3년째 학습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통상 재개발이나 신축 공사는 정해 놓은 완공 예정일보다 늦어지거나 중간에 공사가 중단돼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 안전과 학습권 침해는 더 길어질 우려가 크다.

양정고 유흥재 교장은 “벽을 깨는 소리가 심각하다. 분진은 말할 것도 없다. 교실에서 창문도 못 열어 학생 피해가 여전히 크다”며 “보상이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교육환경평가 실시 대상이 아닌 학교들은 아예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2017년부터 학교 주변에서 정비사업이 이뤄질 경우 유해시설 사전 차단, 소음·진동 교육환경 검토 등을 평가하는 교육환경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학교 200m 이내에서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전에 사업 인허가를 받았거나 기준 규모에 미달하는 곳에는 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양정고 등에 인접한 양정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법 시행 이전인 2006년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았다. 계성여고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교육환경평가 심의 대상이 아닌 지역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공사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감당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생 학습권을 보호할 행정 규정은 미비한 실정인 셈이다.

학교 주변에 신축 공사장이 속출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이나 관할 구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평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 심의를 받게 돼 있다. 그런 사례가 아니라면 이미 사업 승인을 받은 곳에서 재심의를 하는 등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며 “재개발이나 신축 공사 현장이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다면 구청과 협의해 관리·감독을 하는 등 학생 피해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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