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값 폭등에 진주 실크산업 ‘실낱 명맥’ 위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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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주산지 명성 ‘옛이야기’
2000년대 이후 수요 감소로 쇠락
60곳 넘던 업체 ‘반토막’ 33곳뿐
최근 원자재값 급등에 고사 위기
전통문화 차원 지원 필요성 제기

사진은 '2021 진주실크 패션쇼'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2021 진주실크 패션쇼' 모습. 부산일보DB


세계 5대 실크 주산지로 꼽히며 한때 전 세계를 주도했던 경남 진주시의 실크산업이 수요 급감과 원자재값 폭등으로 명맥 유지조차 힘든 상태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진주시의 핵심 전통산업인 실크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남직물 진주실크공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진주시의 실크업체는 모두 33곳이다. 2000년대 초 60여 곳에 비하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 실크업체의 80~90%가 진주에 몰려 있다는 걸 감안하면 초라한 숫자다.

남은 업체들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 실크업체 대표는 “10년 전에 비해 업체가 절반 정도 줄었는데도 수익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30년째 해 온 사업이어서 접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크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 원사 가격이 폭등하면서 목을 더욱 죄었기 때문이다.

원래 진주시와 산청군, 함양군 등에서 키운 누에고치로 원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수지 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국내 양잠산업은 멈춰 섰다. 결국 실크 원사를 모두 수입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원사 가격은 10여 년 전에 비해 배 이상 폭등했다. 이달 초 실크 원사 1kg 가격은 10만 7969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7만 2609원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10여 년 전에는 1kg에 5만 원 이하로 거래됐다.

실크업체는 원자재 값이 올랐다고 무작정 실크 값을 올릴 수 없는 입장이다. 면 등 다른 대체재가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경남직물 진주실크공업협동조합 최우식 전무는 “원사 가격은 폭등했지만 넥타이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른 섬유에 비해 원재료와 2차 공정 비용이 너무 높아 시장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기업 유지만 해도 다행일 정도”라면서 “최근 수년 새 크게 오른 인건비와 환율도 업계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실크 제품인 한복이나 스카프, 넥타이 등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실크산업 침체에 한몫하고 있다. 또 다른 실크업체 대표는 “갈수록 수요가 감소하다 보니 실크산업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 제품 개발 등에 투자하는 걸 꺼리게 되고, 이는 또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실크를 단순히 산업이 아니라 전통문화로 보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진주시가 실크 박물관 착공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실크 제품 제작, 수출 지원이나 ‘한복 입기 운동’ 장려 등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예리 경상국립대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는 "일본이 기모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원사 가격을 지원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디자인에도 세계적인 기술을 접목시켜 활로를 찾아나가는 등 실크산업에 대한 연구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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