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비 끝 / 정병근(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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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아는 사람

내가 꿈에서처럼

걱정 없이 행복할 때

당신은 잠시 소꿉을 접고

안 보이는 곳에 가서

홀로 울고 돌아오네

-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2023) 중에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엔 힘도 있고 시적 성취도가 높고 넓은 시들이 많지만, 필자는 짧은 시 한 편을 골랐다. 다른 시들과 달리 홀로 있는 시가 이 시였고 마침 비가 내렸고 그쳤다. 창밖엔 비 갠 초록들에 초록들이 덧입혀진다. 아내에게 미안한 게 있는 시인은 비 끝에 서서 ‘내가 꿈에서처럼

걱정 없이 행복할 때

’ ‘당신은 소꿉을 접고’ ‘홀로 울고 돌아오네’라고 토로한다. 시인의 규정처럼 무겁던 일상생활이 순간 소꿉 같은 생활로 변한다. 가까이서는 비극이지만 멀리서는 다 희극이 아니던가. 아내에게 미안한 사내가 시인뿐 일까. 이 시를 읽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아내에게 좀 잘 하자.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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