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바다 별별신
온갖 물고기와 해조류, 소금 등 풍요로움을 주는 바다. 풍랑과 표류, 좌초 등 변화무쌍한 날씨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승과 저승이 널빤지 한 장 차이인 무서운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두려움 탓에 “바닷사람들에게 금기는 바닷속 물고기 숫자보다 많다”고 할 정도였다. 고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바다에 기대어 사는 ‘갯가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특별한 신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한반도 해안 마을 어디에서나 바다와 바람의 신들에게 제를 올리는 ‘별신굿’을 정기적으로 성대하게 거행한다.
풍어제, 풍어굿, 골매기당제라고도 하는 별신굿은 풍어와 풍년의 기원만이 아니라, 마을의 평화와 안녕, 배를 타는 남편의 안전을 비는 등 다양한 목적을 띠고 있다. 불가에서도 바닷가에 전지전능하다는 해수관음보살을 세워 안녕을 기원했다. ‘별신’은 당산신과 그 외 여러 별별신을 뜻하는 것으로,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의미가 있다. 배의 신, 광명을 바라는 ‘밝’ 민족신앙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근래에는 ‘풍어제’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풍어 기원제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탄압에 이어, 1970년대에는 ‘미신 타파’를 하겠다며 제당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명맥은 꿋꿋하게 유지됐다. 조상들에게 별신굿은 신과 조상, 인간이 함께 소통한다는 믿음의 상징이었다. 또한, 마을이 화합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모두의 축제였다.
동해안에서는 조선 시대 수군 진영이 있던 부산 기장군의 대변·학리·칠암·이천·공수·두호 등 6개 어촌마을에서 매년 돌아가면서 거행하는 별신굿이 가장 유명하다. 별신굿이 거행되는 동안에 인근의 주민들까지 굿당을 찾아 배서낭, 용왕신, 장군신, 할머니신, 도깨비신 등 바다를 둘러싼 별별신에게 온갖 소원과 염원을 풀어낸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자리 잡아 부산 북항을 품고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은 8월 20일까지 해양신앙을 주제로 한 ‘바다 별별신’ 기획전을 열고 있다. 배의 수호신인 배서낭, 마을의 각종 재액을 안고 띠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는 역할을 했던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허재비와 띠배, 죽은 영혼들이 험난한 저승길에 타고 갈 넋배와 용선 등도 전시돼 조상들이 바다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지금처럼 극도로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에서 바다 별별신들에게 나라의 안녕과 함께 공동체의 화합을 기원하고 싶다. 바다는 고대로부터 치유와 공존, 연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