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30 생목숨 앗는 전세사기 발본색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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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다 날린 청년들 삶의 의욕 꺾어
사기범 근절 대책·피해 구제 방안 절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발언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발언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에서 최근 두 달 새 전세사기로 생명줄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날리게 된 20·30대 젊은이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2030세대 피해자가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넘쳐나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전세사기 엄단을 지시하고, 정부는 전세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피해 규모나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꽤 늦은 감이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신속하고도 면밀하게 전세 현황과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 더 이상은 전세사기꾼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세사기로 안타깝게 숨진 남녀 피해자 3명의 공통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지만, 3명은 임대인에게 전세금을 올려 주는 바람에 소액 기준을 넘기면서 변제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세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피해자는 삶의 의욕을 잃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 동래·사상·부산진구 등의 원룸촌에서도 전세사기를 당해 실의에 빠진 청년이 많다는 소식이다. 이들 중 전셋집의 경매로 힘들게 모은 보증금을 날리며 거리로 쫓겨나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아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바지사장을 앞세워 부도를 내는 등의 전세사기를 개인의 과실과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건 곤란하다.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만연한 데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국가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층이어서다.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18일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국 피해자들과 연대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에 실효적인 대응과 조치를 촉구했다. 정부가 전세사기꾼이 설치도록 허술한 제도를 시행하고 느슨하게 감독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설 일이다.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필요한 실태조사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수많은 피해자 구제다. 혹시라도 실태조사와 사기 근절 방안 수립이 늦어진다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고 죽음도 막을 수 없다. 지금 당장 전세사기 주택 경매를 중단·보류해 피해자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여서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의 희망이 꺾이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처럼 사기범 처벌을 강화하고 배상 청구의 길도 넓게 열어 줘야 한다. 정말 억울하고 앞이 캄캄할 젊은 피해자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과 사기범 처벌을 강화한 대책 마련은 물론 피해자 구제에도 신속한 대응으로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민생 안정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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