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10개월간 ‘공정률 3%’
시행사 선정 8년째 ‘하세월’
롯데, 또 사업 계획 변경시도
시민사회 “늑장 대응 규탄”
울산 서부권 개발의 기폭제가 될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시행사인 롯데울산개발(주) 측의 늑장 대응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의 우려와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KTX울산역 앞 복합환승센터 건립 공사 현장. ‘덜커덕, 덜커덕!’ 터파기 작업에 투입된 굴삭기 돌아가는 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졌다. 인부도 몇 명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부지는 황량한 황무지를 연상케 하듯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롯데울산개발은 이곳 7만 5480㎡ 부지에 건축면적 4만 3966㎡, 연면적 18만 1969㎡,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복합환승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해 7월 실질적인 첫 삽을 떴다. 공사 기간이 10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공정률이 3%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사가 멈춘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2015년 말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2018년에 이미 영화관,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가 완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 측이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미적대다가 영화관 대신 분양상가를 추가하는 등 사업계획을 2차례 변경하면서 실제 착공까지 6년이나 걸린 것이다. 2019년에는 복합환승센터 지원시설 용지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적도 있다.
현재 공사 기간은 2024년 12월까지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 측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다시 사업계획 변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시도 롯데 측 사정을 고려해 4월까지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가져와 보라고 제시한 상태다. 사업계획을 수정한다면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사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울산시가 공공 목적에서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용지를 시세가 아닌 감정가로 매각하는 등 적극 지원했는데도, 롯데는 이윤추구에 매몰돼 공익 개발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인근 상가에서 만난 한 업주는 “역세권 개발이나 복합쇼핑몰 건립 등에 따른 파급 효과를 바라고 상가를 얻어 유지 중인데 롯데만 목이 빠져라 바라보고 있으려니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삼남읍 주민들 사이에선 “롯데가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창업주 고향을 홀대한다”는 반감이 복합환승센터 공사 지연을 계기로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울산시의회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18일 제238회 임시회를 열고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사업기간 준수 및 공사재개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시의회는 “울산시는 롯데의 변명에 휘둘리지 말고,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울산시도 “그간 롯데 측과 협약한 내용을 토대로 현재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울산개발 측은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 악화로 수익성 제고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업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 울산시와 조속히 관련 협의를 진행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권승혁 기자 gsh0905@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