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저출생대책 ‘2명도 다자녀 인정’ 게걸음… 문제는 예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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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곳 광역시도 기준 완화 지원
부산은 14만 세대 더 늘어 고민
도시철도 감면만 수십 억 될듯
시 “관련기관과 협의 진행 예정”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전국적으로 다자녀 기준을 두 자녀 가정으로 완화하는 추세지만, 부산시는 여전히 세 자녀 가정만 다자녀 가구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자녀 기준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책 방향까지 제시됐지만, 예산 부담이 큰 탓에 2년 넘도록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다자녀 기준 완화를 결정한 대전을 포함해 전국광역시도 17곳 중 14곳이 다자녀 기준을 두 자녀 가정으로 완화했다. 다자녀 지원 기준(다자녀 카드 발급 기준)을 세 자녀 이상으로 규정한 곳은 부산·경북·대구뿐이다.

앞서 부산시는 2021년 2월 ‘제4차 부산시 저출생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두 자녀 가정도 점진적으로 다자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았다. 2021년 부산 출생아 수가 1만 4446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2만 7759명)의 52%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자녀 정책의 대상 확대로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시의 다자녀 혜택 대다수가 현금성 지원인 탓이다. 시는 출산지원금, 의료비 지원 등에 더해 가족사랑카드 발급으로 20가지 다자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광안대교 통행료 무료, 공영주차장·도시철도 50% 감면 등 무려 17가지가 현금성 혜택에 해당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현재 부산 내 두 자녀 가정은 14만 3978세대다. 세 자녀 가정은 2만 5725세대로 다자녀 기준이 완화되면 혜택 대상이 한순간에 5.5배 가량 증가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자녀 기준 완화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시민들 이용 빈도가 높은 도시철도 경우 다자녀 기준 완화에 따른 추가적인 예산 소모가 매우 클 전망이다. 앞서 다자녀 기준을 완화한 대전시는 ‘꿈나무사랑카드’ 발급자에 한정해 도시철도 요금 전액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도시철도 요금 보조 예산은 당초 1년에 3억 원 수준이었지만, 다자녀 기준 완화로 한 해 예산이 11억 원 더 필요하게 됐다. 대전 내 두 자녀 가정 6만 9110세대가 혜택 대상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두 자녀 가정 규모와 혜택 수준이 더욱 큰 시는 대전시보다 예산 소모가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이 두 자녀 가정 수가 훨씬 많은 데다 가족사랑카드 발급자뿐만 아니라 전 가족이 모두 도시철도 감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자녀 기준 완화로 인한 세입 감소를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대전 사례를 비추어보면 최소 수십 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철도 외에도 광안대교 통행료 무료, 공영주차장 할인 등 20개 다자녀 혜택 모두를 고려하면 다자녀 기준 완화에 따른 예산 부담은 수백 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는 다자녀 기준을 두 자녀 가정으로 완화하는 데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부산교통공사, 부산시설공단 등 다자녀 혜택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기준 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조만간 유관기관과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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