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5 대 86.5’ 남녀 기대수명 격차 유발 주범은 폐암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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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더 많이 걸려 일찍 사망
알츠하이머병, 남녀 차이 좁혀

사진은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부산일보DB 사진은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 부산일보DB

어느 나라에서나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산다. 우리나라에서 남녀 간 수명 차이를 확대시키는 원인 1위는 폐암이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남녀 간 수명 차이를 좁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간된 통계청 〈통계플러스〉 봄호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 기대수명 차이에 대한 기여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가 실렸다. 이 보고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데 대해 체질적 문제, 유전적 차이 등은 배제하고 각종 질병과 사고가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 다른 분야는 데이터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은 1970년 58.7세에서 2020년 80.5세로 껑충 뛰었다. 여자의 기대수명은 65.8세에서 86.5세로 상승했다. 식생활이 개선됐고 질병 치료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다.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는 1970년에 7.1년이었다가 점차 확대돼 1985년에는 8.6년을 기록해 정점에 도달한 후 2020년에는 5.99년으로 줄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사망원인이 남녀 수명 차이에 기여하는 정도를 분석하면 대부분의 질병이 정(+)적 기여를 했다. 즉 여자보다 남자가 질병에 더 많이 걸려 사망하는 바람에 수명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시기별로 차이는 있었다. 1985년 남녀 기대수명 차이에는 순환계통질환 기여도가 1.96년(22.7%)으로 가장 높았다. 순환계통질환은 고혈압,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말한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신생물(암)이 기여도 1위로 올라섰고 그 정도도 더욱 강화됐다. 2000년에는 암의 기여도가 2.34년(32.0%)으로 가장 컸는데 2010년에는 2.42년(35.6%)으로 더 높아졌다. 2020년의 경우, 남녀 기대수명 차이는 5.99년인데 암은 2.14년(35.8%)이어서 남녀의 수명 차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증가했다.

사망원인을 구체적인 질병명으로 알아보면 2020년부터는 폐암이 수명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1위였다. 즉 남자가 여자보다 폐암에 더 많이 걸려 일찍 사망한 것이다. 이어 폐렴, 심장병, 고의적 자해(자살), 간암 등 순이었다. 고의적 자해가 4번째에 오른 것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그만큼 높고, 특히 고령층에서 더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반면 알츠하이머병과 고혈압성질환은 남녀 기대수명 차이에 부(-)적 기여를 했다. 즉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여성의 사망률이 더 높아 남녀 기대수명을 좁히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1985년과는 상당히 다르다. 당시에 남녀 기대수명 차이를 늘린 가장 큰 원인은 간질환, 뇌혈관질환, 고혈압성질환이었다. 고의적 자해도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2020년처럼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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