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갈비뼈 보일 정도로 벗겨져”… ‘부산 돌려차기’ DNA 재감정 결정
속옷과 청바지 재감정…1심서는 가해자 DNA 안나와
“소변에 오염… 단추, 벨트 등 면밀히 살펴봐야”
재판부 “기소 안 된 성범죄 판단은 부적절…범행동기로써 중요”
이웃 주민, 골반 보일 정도로 하의 벗겨져 증언
엄벌 탄원서엔 일주일 만에 5만 3000명 서명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다 30대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속옷과 청바지에 대해 DNA 재감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최초 목격자인 이웃 주민은 법정에서 당시 피해 여성의 바지가 골반까지 내려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지난 19일 오후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대한 공판을 열고 피해자 의류에 대한 DNA 재감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직전 공판에서 검찰과 피해자 측은 DNA 재감정을 통해 이를 증거로 제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에서 피해 여성의 속옷 등에 DNA 감정을 진행했으나 가해자인 A 씨의 DNA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피해 여성 B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범행 당시 속옷은 B 씨의 소변 등에 의해 상당히 오염된 상태여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어려웠다고 본다”며 “B 씨가 입고 있던 겉옷 중에서도 단추나 벨트 부분에 면밀한 DNA 감정을 해 본다면 A 씨의 성범죄 여부를 다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재감정은 4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만으로는 성범죄 여부가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추가 기소나 공소장 변경이 없이 살인미수죄만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성범죄 유무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기도 하고 위법할 수도 있다”며 “1심 공소유지 상태에서 보다 적극적인 증거신청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살인미수죄에 대해 범행동기를 따지는 것은 형사법원의 책무이자 양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현재 공소장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폭행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정황상 다른 범행동기가 있었다는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초 목격자인 오피스텔 이웃 주민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나 비공개로 진행됐다. 남 변호사는 “성범죄와 관련한 굉장히 중요한 증언을 해주셨다”며 “B 씨가 발견될 때 바지는 골반까지 내려갔고, 상의는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올라간 상태라고 증언했다. 벨트도 풀려 있어 피해 여성의 하반신이 V자 형태로 노출돼 있었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성범죄 연루 여부를 소극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 그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항소심 재판에는 B 씨의 가족과 현장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 등이 추가 증인으로 설 예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모집하고 있는 엄벌 탄원서에는 일주일 만에 5만 3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편 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피해자를 길에서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피해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찼다. 피해자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자 A 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