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인제대, ‘백병원 부지 시세차익’ 소송전 비화될 듯
인제대, 141억 매입 땅 385억 원에 팔아
김해시, 뒤늦게 ‘약정해제권’ 근거 환수 나서
매각 알고도 묵인…부당이득 미환수 비난 자초
“적법한 매각” 대학 주장에 법적 분쟁 불가피
해당 부지 용도변경 여부 놓고도 ‘잡음 무성’
김해시가 백병원 예정 부지였던 땅을 팔아 수백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낸 인제대를 상대로 뒤늦게 부당이익 환수에 나서 파장이 인다. 시는 특히 매각 당시 ‘약정해제권’을 행사해 원상복구를 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묵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책임 행정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땅은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일대 종합의료시설 용지 3만 4139㎡. 인제대는 북부지구 택지조성사업이 한창이던 1996년 이곳에 대학병원을 짓겠다며 김해시로부터 땅을 분양받았다. 택지조성이 끝나 면적이 확정되자 2003년 141억 6000여만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이때 김해시와 인제대는 매매계약서에 약정해제권을 특약으로 써넣었다. 의료시설을 세우지 않거나 김해시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땅을 양도하면 시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특약에 따르면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는 김해시가 매매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갖고, 127억 5100만 원만 인제대에 반환하면 소유권을 회복하게 된다. 이미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때에는 반환채권으로 처분 이익과 이자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땅 매입 후 인제대는 의료수요 부족을 이유로 병원을 짓지 않았고 2021년 12월 ㈜굿앤네트웍스에 385억 10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굿앤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공동주택을 짓겠다며 김해시에 용도변경을 신청했고 이와 관련, 지난 2월 열린 시민공청회에서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해시는 지난 19일 인제대가 종합의료시설 용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과정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2021년 8월에는 고문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 약정해제권을 행사해 원상복구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모든 사실을 묵인하고 있던 시는 지난 18일 김해시의회 임시회에서 김동관(북부동·생림면) 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부랴부랴 뒷북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해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약정해제권을 행사해 반환채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반환 금액은 분양가와 매매가 등을 따져 법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제대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각했다며 시 주장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제대 관계자는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 매각했다”면서 “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속병원 경영상황이 나빠졌다. 시에 계약 해지를 여러 번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해 백병원을 건립할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7년 해당 토지를 처분해 교비회계로 세입 조치하라는 교육부 감사 결과가 있었다. 실제로 이행하지 못해 2017·2019학년도 입학정원 동결 처분을 받기도 했다”면서 “재산세, 종부세, 금융이자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성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김해시와 인제대의 입장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시세차익 환수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금액이 산정되면 인제대가 스스로 내놓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소송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의료부지를 매입한 ㈜굿앤네트웍스가 부지 용도를 변경,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잡음이 무성하다. ㈜굿앤네트웍스가 용도변경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특정 용도의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겠냐는 말들이 시청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