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나쁜 하루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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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본문 이미지. 주니어RHK 제공 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본문 이미지. 주니어RHK 제공

밟았다! 똥을.

그림책 <똥 밟은 날>(해와나무)은 박종진이 쓰고 김고은이 그렸다. 주인공 동이가 똥을 밟으니 주위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똥 묻은 신발은 똥신이 되고, 똥신 신은 발은 똥발이 되고, 똥 밟은 동이는 똥이 됐다. 그런데 동이의 반응이 다르다. 신나게 “나 똥 밟았다”를 외친다. ‘똥 밟는 특별한 경험’을 내가 제일 먼저 했다고 목소리 높이는 동이의 당당함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큰 코딱지가 나왔다’ ‘하품하다 파리 먹었다’ 등 숨겨뒀던 특별한 경험을 앞다퉈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주희가 “똥 밟은 동이를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하니 똥 밟았다고 화만 낼 일은 아닌 듯하다.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주니어RHK)는 첼시 린 월리스가 글을 쓰고 염혜원이 그림을 그렸다.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힘들고 짜증이 난다. 몸은 무겁고, 시리얼에 우유는 너무 많고, 유치원에 늦었다고 아빠에게 끌려간다. 그러다 꽈당하고 넘어져 무릎에 서 피도 난다(그림). 간식 시간에 친구가 새치기하고, 노는데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너무 나쁜 하루에도 끝은 있다. ‘하루가 끝나 간다는 것, 두 눈을 감고 즐거운 날이 온다고 상상하는 것.’ 희망이 있다면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은 있다.

정미진·김소라 작가의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엣눈북스)는 나쁜 날을 보내고 있는 어른을 위로하는 책이다. 어릴 때는 막연히 행복한 인생을 꿈꾼다. 막상 어른이 되어 보면 알게 된다. 좌절과 실패, 이별과 죽음 등 ‘불행’과 관계된 단어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 불행은 다양한 형태로 더 자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 생은 망했다’고 외치는 사람도 많다. 책 제목처럼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도 없겠지만 반대로 행복도 나만 피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삶의 어떤 시기에는 불행이, 어떤 시기에는 행복이 동반된다. 불행과 행복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이 있듯, 불행한 날에도 행복의 순간은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과 누군가의 불행에 위로를 건네는 따뜻함이 있다면, 적어도 나쁘고 불행한 날보다는 ‘좋고 행복한 날’이 더 많게 느껴지지 않을까.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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