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잠재력 무한한 선박관리업, 지역 특화산업으로 발전시켜야”
이창민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회장
해운산업 선도 전문 서비스 사업
회원사 80% 이상 부산서 영업
“해외 선박 수탁, 세계 시장 선점을”
“해양수도 부산에서 선박관리산업이 해운산업을 선도하는 지역 특화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산업을 알리겠습니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이창민(49) 회장은 임기 동안 선박관리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과 양자공학과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이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양해운(주)을 이끌고 있다. 올 2월 협회장 3년 임기를 시작한 그를 최근 부산 중구 중앙동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선박관리업은 선주와 계약을 체결하고 선박 관리를 대행하는 전문 서비스 사업이다. 선원을 포함해 선박금융·보험, 선용품, 선박 수리 등 선박 운항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협회 회원사(156개)의 매출을 더하면 1조 5000억 원. 이 중 절반(6억 달러, 약 7700억 원)이 달러 수입인 글로벌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그리스 다음의 선주 국가인 일본의 경우 운항 중인 상선 4000여 척 중 1000여 척을 한국 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는 선박 2000여 척과 대기 인력을 포함해 선원 7000여 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원사의 80%가 넘는 130여 개가 부산에 있고요. 육상 운송, 금융·보험, 관광, 숙박 등 연관 산업의 고용과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어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훨씬 큽니다. 그런데도 아직 선박관리산업이 어떤 산업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부산의 지역 특화산업이라는 인식도 부족해 아쉽습니다.”
이 회장은 한국 선박관리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인 부산항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조선 기술을 갖추고 있어 해외 선주들의 요구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업계의 두 흐름인 탈탄소와 디지털화 또한 새로운 교육을 받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선원 양성과 공급이 핵심인 선박관리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업계의 경우 해외 대형 관리선사와 비교할 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은 수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들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소기업들이 많습니다. 한국이 다양한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해외 선박을 수탁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 회장은 선박관리산업의 핵심 역량인 선원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그 자신이 해외 선주 선박의 선장 출신으로 1984년 정양해운을 창립한 아버지를 둔 ‘선원 가족’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선원의 기여가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비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간부 선원의 경우 높은 임금 수준의 고급 인력인데도 ‘3D 업종’으로 쉽게 치부되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우수한 선원이 안정적으로 양성되고 해운업계로 유입될 때 선박관리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선원의 인력 풀을 늘리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선원이 원할 때 지속적으로 재승선할 수 있도록 고충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해양대학교 일반 학과에도 원하는 경우 기초 자격을 주는 등 선원 양성 방안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