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사람이 만든 완벽한 도구
신호철 소설가
우연히 아두이노라는 기판을 알게 되었다. 간단한 중앙처리장치에 입출력 단자가 있고 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다. 이 기판으로 전자장치부터 시작해서 로봇처럼 움직이는 기기까지 만들 수가 있다고 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즉시 그 신기한 부품을 구매했다. 베란다에 꾸며놓은 작은 정원에 자동으로 물을 뿌려주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어설픈 장치를 완성했고 첫 시운전을 했다. 전원을 넣자 미니 펌프는 정해진 시간에 작동되어 스프레이처럼 물을 뿌렸다.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첨단 스마트 팜 아닌가.
자신감이 붙자 욕심이 생겼다. 한곳에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레일을 따라가며 골고루 뿌려주면 좋겠다는 욕심. 나는 즉시 개량 작업에 들어갔고 얼마 후에 더 발전된 물주기 장치를 완성했다. 물론 작동도 멋지게 되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퇴근 후에 실내정원의 싱그러운 공기를 음미하고, 동시에 나의 발명품을 자화자찬하며 감상했다.
문제는 3일 뒤부터 생겼다. 지정된 시간이 아닌데 제멋대로 작동하더니, 어떤 날엔 모터 펌프가 멈추지를 않았다. 부품을 바꿔보고 코딩을 다시 짜보기도 했다. 분명히 이론대로 만들었는데, 오작동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지켜보고 있을 때는 잘 되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오작동을 일으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정원은 엉망이 되었다. 물 조절에 실패한 화초들은 뿌리가 썩어버렸고, 발명가를 탄생시켰던 첨단장치는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나는 전자기기 내부에 노이즈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부품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부실한 장치는 언제든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전자기기는 이미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다. 늘 함께했기에 사소한 고장과 오작동에 무뎌지고 너그러워졌다. 전자기기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던 자동차에 이제는 전자제어 장치가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자율주행하고 심지어는 개인 컴퓨터처럼 활용되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렇듯 첨단장치가 보편화한 시대에 자동차 급발진으로 인한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는다. 전자제어 장치의 오작동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누구도 속 시원히 제시하지 못한다. 제조사에서는 운전자의 실수라 주장하고, 운전자는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인터넷에서는 이제 급발진하는 자동차에서의 생존요령이 떠돈다.
우리는 수많은 고장과 오작동을 겪으면서도 기계는 정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기계는 거짓이 없는 반면에,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보고 듣는 감각마저 오류투성이라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오류는 ‘기계는 틀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실수는 후회와 더불어 각성과 발전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기계가 스스로 오류를 깨달을 수 있을까? 게다가 오류 판정의 기준은 인간의 삶이다. 기계는 인간이 판단하고 수정해주지 않는 한 오류를 반복한다.
그런 기계 속에 점점 더 대단한 것이 내장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정보산업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챗 GPT, 생성형 AI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환호한다. 앞으로 더 편리해지고, 더 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다. 효율과 편리가 높아질수록 지켜야 할 기준도 선명해진다. 판단의 영역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 한다면, 인간이 만든 도구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존재. 그가 바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