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최대 이슈 ‘우크라 군사 지원’?
대통령실 ‘선긋기’에도 논의 관심
야 “대러 관계 심각 훼손 큰 우려”
러 “무기 공급, 적대 행위 간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적대 행위’라는 표현으로 경고했고, 국내에서는 야당이 ‘안보 위험’을 우려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 열리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우크라이나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두 정상이 실제 회담장에 앉았을 때 무슨 주제로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정해 놓지는 않는다”며 “세계적 안건을 논의한다고 할 때 우크라이나 현상, 그리고 국제질서 동향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추가 지원을 할 것이냐’라는 논의는 현재 준비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미 우리가 자체적으로 지난 1년 동안 계획된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은 미국과 협의를 해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언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지만 군사적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공식적인 의제는 아니지만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추가적인 지원 문제에 모종의 공감대를 이룰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 맹폭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군사 지원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해서 대러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정말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가 위험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분단국가, 미국의 동맹국, 반도국가, 통상국가 등을 거론한 뒤 '한국은 네 가지 숙명을 안고 있다. 윤 정부는 그것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연일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에 관계없이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공개적인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한다”며 “이는 해당 국가와의 양자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면 일정 범위에서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도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군사 후원자’ 그룹에 가입해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지난 30년간 양국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인 발전을 이룬 두 나라 관계를 확실히 망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