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위로 게시하고 읍·면·동에 1개씩”… 행안부, 정당 현수막 가이드라인 마련
신호등 가리는 곳·보호구역 등 설치 금지
위반 시 지자체 자체적으로 철거 가능
부산시 “TF서 검토 후 정당 협조 요청”
공해 수준으로 무분별하게 내걸린 정당 현수막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부산일보> 3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이 이어지자 정부가 현수막을 성인 키 높이 위로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정당별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에 1개씩으로 제한하는 등의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행안부는 “안전사고 발생 등 국민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법규성은 없지만, 현장에서 적용을 권고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지자체가 단속할 수 있는 현수막 설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통수단 안전과 이용자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이 금지되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교통 신호등, CCTV, 안전표지를 가리는 현수막과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 설치되는 현수막은 설치장소 위반에 해당한다. 현수막은 정당 당 읍·면·동에 1개씩만 게시돼야 하며, 가로등 1개에 서로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2개 넘게 설치될 수 없다.
현수막 끈의 가장 낮은 부분은 2m 이하 높이에 올 수 없다. 2월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가 성인 목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돼 있던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져 다치는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현수막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위반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 증거와 정당과의 통화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행안부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선관위에 등록된 중앙정당 47곳에 공유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의견도 듣고 있다. 의견수렴을 마친 뒤 이르면 내주 시행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부산에서는 여야 정당들이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가 끝날 때까지 정치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역 여야 모두 엑스포 유치를 호소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어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띄우기도 했다.
부산시는 언론사, 유관기관, 시의회, 학부모 등 15명으로 구성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구·군의 실태·의견 조사를 마친 뒤 다음 달 10일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시 TF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가이드라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보완하고 수정하는 단계를 거친 후 정당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