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극단 새벽 30년 만에 이룬 꿈… ‘효로인디아트홀’ 22일 개관
21개 단체·334명 건립 후원
3층 규모 소극장·전시장 등 갖춰
창립 멤버인 고 윤명숙 배우 꿈 이뤄
“100년 넘는 극단 되도록 노력할 것”
부산 극단 새벽이 약 30년 만에 세운 복합문화공간 ‘효로인디아트홀’ 개관을 알리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극단을 100년 넘게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창립 멤버인 고 윤명숙 배우의 소망이 담긴 이 공간에서 다양한 연극과 전시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극단 새벽·효로인디넷·대안문화연대는 22일 오후 5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효로인디아트홀에서 개관 행사를 열었다. 극단, 독립예술인, 시민 등이 만든 이 복합문화공간을 독립 예술 창작을 위한 무대로 삼겠다는 뜻을 알렸다. 효로인디아트홀은 지난해 6월 완공 이후 내부 시설 등을 보강한 뒤 이날 정식 개관했다.
효로인디아트홀은 3층 규모로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췄다. 2층 ‘효로소극장’은 극단 새벽을 포함해 독립 예술 기획 공연 등을 위한 무대로 활용된다. 객석은 105석으로 대관도 가능하다. 3층은 극단 연습실과 연극교실뿐 아니라 주민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1층에는 사회적 기억 공간인 ‘기억의 방’과 ‘카페 8407’이 자리했다.
건물은 독립예술인과 시민 등 2000여 명이 힘을 모은 덕에 세울 수 있었다. 2012년부터 21개 단체와 334명이 효로인디아트홀 건립을 후원했다. 1층 ‘기억의 방’ 건립에는 18개 단체와 333명이 후원에 참여했다. 극단 새벽 단원들뿐 아니라 익명의 관객들, ‘천원의 기적’ 참여자들을 포함하면 2000여 명이 힘을 보탠 것으로 파악된다. 후원 참여 명단은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찾아볼 수 있다. 십시일반으로 공간이 탄생했지만,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효로인디아트홀은 극단 새벽이 약 30년 전부터 구상한 공간이다. 새벽이슬을 뜻하는 한자 ‘효로’는 극단 창립 멤버인 고 윤명숙 배우의 별호다. 극단 새벽을 이끌어온 이성민 효로인디넷 대표는 “1994년 창단 10주년 행사를 할 때 독립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대중에게 알렸다”며 “이러한 공간을 꿈꿨던 윤명숙 배우가 2007년 세상을 떠났는데 약 30년 만에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 효로인디넷은 효로인디아트홀 설립과 독립 예술 단체와 개인을 지원하기 위해 극단 새벽이 2016년 설립한 문화예술기획사다.
효로인디아트홀은 새벽을 100년 이상 지속되는 극단으로 만들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극단 창단 이후 서면, 대연동, 동래, 남포동, 망미동 등 임대 공간 10곳 정도를 전전했다”며 “이사를 다니면서 극장 시설 설비 등으로 7~8억 원 정도 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에서 극장 건물을 소유한 극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배들이 안정적으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효로인디아트홀은 개관을 맞아 다음 달 13일까지 1층 ‘기억의 방’에서 특별 전시 ‘너희를 담은 시간’을 연다. 세월호 유가족 꽃누르미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7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에는 휴관이다. 대안문화연대가 이번 전시를 포함해 기억의 방 운영을 맡는다.
극단 새벽은 2층 소극장 무대에 올릴 ‘한국 문학의 재발견’ 공연을 준비한다. 이태준 작가 단편 작품들을 연극으로 만들어 관객을 만나려 한다. 극단 새벽 변현주 대표는 “올해 7월쯤 개관 기념 기획공연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1984년 극단 두레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극단 새벽은 단원 출자와 관객 후원으로 약 40년간 지속되고 있다. 단원 11명이 무대를 꾸미고 있고, 배우 송강호도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