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국빈 방미, 동맹·실리 모두 챙겨야
우크라이나 문제 의제로 거론보다
IRA·반도체법 등 경제 현안 해결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부터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다. 올해는 마침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이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6·25전쟁 직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태동한 안보 동맹이 이제 경제 분야를 포함해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진화하는 게 마땅하다고 하겠다. 26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한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동원해 미국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솔직히 편하지가 않다.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만 문제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 뒤 러시아와 중국이 유례없이 매우 거친 발언을 쏟아 내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가 이제 한국을 적대적 행위를 하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보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물론이고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인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무역수지가 13개월째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면 무역적자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 해결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기업들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려, 미국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전기차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술과 영업 비밀을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중국 공장을 증설해서는 안 된다는 독소 조항이 담겨 있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동맹국 미국에 의해 고사될 위기인데 정부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안보’라는 개념을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정상회담 의제에서 경제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국익을 외면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굳이 대만 문제를 언급했던 이유는 방미를 앞두고 미국 편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도 이웃한 중·러와 각을 세우는 위험한 선택을 한 셈이다. 외교의 제1 원칙은 상호주의로 최소한 준 만큼은 돌려받아야 한다. 실질적 대가를 챙기지 못한다면 12년 만의 국빈 방문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취임 1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동맹과 실리 모두를 챙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