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차 이전 공공기관 500곳, 문제는 실행 속도다
지역 소멸, 수도권 집중 극복 해법
국가균형발전 정책 진정성 보여 주길
수도권 집중 및 지역 소멸 해소를 위한 핵심 정책인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규모가 500개 이상인 것으로 발표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의 공공기관과 함께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을 포함하는데, 500개 이상 될 것 같다”라고 2차 이전 공공기관 규모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공공기관 이전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이전 대상 규모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153개 기관 1차 이전은 물론이고, 지난해 ‘제1차 국정 과제 점검 회의’에서 ‘360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보다도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어서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오는 6~7월 기관 선정 기준 등을 담은 기본계획 용역을 마무리해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선정 기준과 입지 원칙 등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500여 개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에서 수도권에 반드시 있어야 할 기관도 있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이 관례를 이유로 서울 등 수도권에 설치된 기관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4차산업혁명과 비대면 시스템이 급속도로 확산된 만큼 수도권 공공기관을 총망라해서 대상 기관의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지방 이전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적기에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면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국토의 11.8% 면적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하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필요성을 따질 여유조차 찾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다. 좋은 일자리와 인구가 늘면 세수가 증가해 지방이 발전할 마중물로 삼을 수 있다. 물론, 부산시를 비롯한 지방정부와 국회의원, 각 지역 상공회의소 등도 넋 놓고 중앙정부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 500여 개 공공기관이 지방에 둥지를 틀 때까지 연대해서 중앙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일이다.
관건은 정책 실행 속도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열쇠다. 정부는 관련 기구와 규정을 마련해 한시라도 빨리 공공기관의 이삿짐을 싸야 한다. 정권 출범 2년 차로 추진 동력도 충분한 만큼 늦춰야 할 변명도 찾기 어렵다. 더 늦어지면 총선과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에 휩쓸릴 수 있다. 혹여나, 문재인 정권처럼 선거용 ‘공수표’로 활용한 뒤 차기 정권으로 책임을 미루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에게 정책 실행 속도와 의지로 진정성을 보여 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