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정청래 “탈당, 지도부가 말 못한다…지금은 뭘 해도 공격받는 시기”
비명 이원욱 “지도부가 결단해야…프레임 전쟁으로 전환하면 늪에 빠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가 귀국했지만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침묵을 지킨 탓이다. 검찰 역시 수사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은 “빨리 수사해달라”는 목소리만 높이는 모습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인천공항에서 “검찰이 오늘이라도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귀국과 관계없이 기존 일정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돈봉투 녹취’에 등장한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과 관련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진상규명’도, ‘단호한 조치’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에선 “지금은 뭘 해도 공격받는 시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2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터졌기 때문에 지금은 맞는(공격받는) 시기”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도 “탈당을 하라, 마라 지도부에서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본인 스스로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력을 보면 검찰이 모든 걸 다 갖고 있다”면서 “(그래서) 검찰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에서 검찰을 바라보는 데 대해 비명계에선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단호하고 과감한 조치들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걸 프레임 전쟁으로 전환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는 결코 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총선이 2개월 남았다면 지도부가 어떻게 판단해야 되고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 것인가가 정확하게 인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처럼 계파별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면서 “측근들이 누구를 위해 개인적 일탈을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민주당이) 송 전 대표에 대해 그릇이 큰 사람, 물욕이 없고, 탈당하는 모습을 보며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가는 것 보고 가슴 먹먹해진다고 한다”며 “가슴이 먹먹해질 대상은 송 전 대표가 아니고 지금 전세사기로 피해 입고 고통 받는 우리 세입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