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빚투·SG發 하한가 사태…이복현 "불공정거래 엄단"
여러 종목 큰 이슈 없이 '이틀 연속' 하한가
증권가, 신용거래 비중 높은 점 주목
이복현 "불공정거래 조사 후 엄단"
'빚투' 견인…이차전지 과열도 "예의주시"
주식시장에서 여러 종목이 큰 이슈 없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대량 매도가 원인으로 한국거래소는 물론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번지는 '빚투 열풍'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오후 1시 현재 다올투자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5.70% 떨어진 3060에 거래되고 있다. 하림지주 역시 전일 대비 18.21% 급락했다. 이들 종목의 매도 상위 창구에는 모두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이 올라 있다.
같은 시각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의 주가 역시 전날에 이어 모두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거나 급락한 이들 종목은 전날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과도한 차입 투자가 주가 하락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신용융자 공여·잔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하면 급매 현상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걸 지속해 경계해야 한다"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아닌 단순 수급으로 주가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면 결국 수급 변동성 확대로 가격 조정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빚투'와 관련한 우려가 시장에서 다시 한번 제기되자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 회의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며 "금융사들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부당권유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종목 과열 양상과 관련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여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대표적인 이차전지 종목이 올해 들어 급등하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전체 신용 융자 잔고는 이달 19일 기준 20조 1369억 원으로 올 들어 처음 20조 원을 돌파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