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후 성관계하다 폭행·방치 뒤 사망했다면?
창원지법 “구호 상황 알지 못해”
살인혐의는 무죄·징역 1년 선고
사실혼 관계의 여성과 성관계하다가 이 여성이 이상증세를 보이자 마구 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가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가해 남성이 인지하지 못해 살해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는 살인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그러나 A 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무죄를 내렸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지난해 10월 3일 오후 5시30분께 창원시 한 농막에서 3년째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의 B(45) 씨를 마구 때린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현장을 벗어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날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B 씨가 횡설수설하고 환각 증세를 보이자, A 씨는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복부를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필로폰 급성 중독으로 위독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A 씨가 예상했음에도 병원에 연락하지 않는 등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는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부검을 통해 B 씨는 폭행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메트암페타민(필로폰) 급성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검사도 응당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 명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가 평상시와 다른 B 씨의 마약 과다투약 사실을 알고 있었다든지, 급성중독으로 인한 이상증세를 알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살인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평소 더 심한 환각증세를 보인 적 있고, 잠시 자리를 피했다 돌아오면 잠들어 있곤 했다’는 A 씨 진술과 B 씨가 만성 투약자인 점, 약 2시간 동안 피해자를 농막에 방치하면서도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살해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즉 A 씨는 범행 당시 B 씨에게 도움·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폭력 전과 6범인 A 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살인 혐의 무죄로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마약 매수·투약과 약물중독 상태에서 28.8km를 운전한 혐의에 대해 죄를 물었다. 재판부는 “A 씨가 필로폰 투약으로 환각을 보고, 횡설수설하는 상태에서 막내 아들을 태운 채 장거리 운전으로 위험을 야기할 수 있었기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었다.
검찰은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항소 기간이 남아 판결문을 검토 중에 있지만, 항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