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생 부산 비평가’ 남송우·황국명·구모룡 조명한다
계간 비평지 ‘오늘의문예비평’
‘비평가 연구 포럼’ 기획
4~12월 총 9차례 걸쳐 진행
부산 비평가 3인 초청 대화도
27일 부산작가회의서 첫 행사
부산의 계간 비평지 <오늘의문예비평>이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이라는 기획을 선보인다. 한국을 통틀어 1950년대생 문학비평가는 20여 명을 헤아리는데 그중 16명을 4~12월 매달 1회, 총 9회 포럼을 통해 다룬다는 기획이다.
우선 이 기획은 의욕적이다. <오늘의문예비평>이 아주 오랜만에 시리즈 형식으로 3개 분기 9개월에 걸쳐 꾸미는 연속 포럼이다. <오늘의문예비평>을 비롯해 부산작가회의, 고석규비평문학관, 부산대 여성연구소·대학원 국문과 등 여러 곳이 참여하는 인문학 포럼이다. 왜 1950년대생 비평가인가. 1950년대생은 대개 1970년대 중·후반~1980년대 초반에 비평 활동의 뿌리를 두고 있는 바, 그들의 출발점인 ‘1980년대’가 역사의 장으로 옮겨가면서 그 연대와 이후의 전개를 통시적으로 살펴볼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일 테다. 거기에 현대사의 질곡에 맞선 문학의 농도 짙은 여정이 있을 것이다.
한기욱 이숭원(5월), 김명인 하정일(8월), 권오룡 정과리(11월)의 경우는 월례세미나 형식으로, 김정란 정효구(7월)의 경우는 부산대 여성연구소 비평 발표 형식으로 각 비평가에 대한 개별 발제·토론이 이어지고, 이남호 임규찬 한기 성민엽 정호웅(10월)의 경우 부산대 대학원 국문과 연구모임의 발표회 형식으로 5명의 비평가에 대한 개별 발표가 있다.
이 연구포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산 지역의 1950년대생 비평가 3명을 직접 초청해 3차례 진행하는 ‘비평가와의 대화’다. 1980년대 지역문학 운동에 뿌리를 둔 비평가인 황국명(4월), 남송우(6월), 구모룡(9월)을 초청해 ‘내가 걸어온 비평의 길’이란 제목으로 비평가의 말을 들어보고, 이어 각 비평가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진행한다. 예컨대 포럼 첫 행사인 4월 ‘비평가와의 대화’ 경우, 고봉준 평론가가 ‘비평의 운명: 황국명의 비평세계’란 발제를 하고, 토론을 하며, 연구포럼 전체를 기획한 하상일 평론가가 사회·토론을 맡는다.
‘비평가와의 대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 3명이 고석규, 김준오를 이은 이른바 세 번째 세대로서 부산 비평의 중핵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현재 부산 문학은 이들 비평 작업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전개·확장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3명의 비평 작업이 과연 무엇이었는가, 에 대한 조명과 논의는 그간 거의 없었다. 요컨대 앞 세대를 이어 이들 3명이 점하는 부산 비평의 역사적 위상과 그 전개까지도 이번 포럼을 통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이번 포럼은 ‘지역비평’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1950년대생’으로 너무 펼쳐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비평지가 비평가 연구포럼을 여는 것은 일종의 ‘내부자 거래’다. 비평가 내부의 층과 켜도 충분히 쌓여 문학의 장, 비평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깃든 것이다. 하지만 왜 작가(시인 소설가)와 작품이 아니라 비평가인가, 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의 고바야시 히데오처럼 비평 자체를 하나의 독자적 경지로 밀고나간 경우가 있긴 하나 대개 비평은 작품이란 중력장을 통해 동시대 문학을 구현해나가는 장르로 알려져 있다.
비평이 비평을 들여다보는 것은 세계 전망의 불투명성, 비평 텃밭인 작품의 부족과 연관된 사태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하다면 안타깝고 막막한 것이다. 비평과 창작은 종잡을 수 없는 세계의 교묘한 실체에 육박하기 위해 더욱더 온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안 보인다고 머물 수 없는 일,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황국명 비평가를 초청한 ‘비평가와의 대화’ 첫 행사는 27일 오후 6시 30분 부산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린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