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이병헌 감독 “영화 주연, 홈리스 분들이죠”
10여 년전 작품 기획
홈리스 월드컵 출전 소재
IMF 등 실제 사연 녹여내
“웃음 좀 빼고 감동 더해”
“저는 주변 사람들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평범한 이야기에 눈길이 가죠.”
영화 ‘드림’을 들고 영화마을을 찾은 이병헌 감독의 말이다. 영화 ‘스물’부터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까지 말맛 살린 대사와 숨결 넣은 캐릭터로 대중을 찾았던 그가 이번엔 ‘실화’에 주목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웃음을 좀 빼고 감동을 더했다”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대중 영화로 만들어서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 감독이 작품을 처음 기획한 건 10여 년 전. 그는 “텔레비전에서 홈리스 월드컵을 소개하는 걸 처음 봤다”며 “이전까진 그런 대회는 물론이고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가 있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이 감독은 “경쟁과 우승보다 자활에 초점을 맞춘 이 대회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이야기나 캐릭터 모두에서 과잉을 경계하고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쌓고 캐릭터를 빚기 위해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감독은 “빅이슈 단체에 가서 홈리스 분들의 사연을 많이 들었다”며 “IMF, 빚 보증, 공사장에서의 사고 같은 이야기를 듣고 인물들의 사연에 녹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네덜란드 홈리스 월드컵에 직접 가서 보기도 했다”면서 “캐스팅도 어려웠고 투자도 어려웠던 작품이라 개봉을 앞두니 의미가 새롭다”고 했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30대 초반이었어요. 박서준, 아이유 씨가 연기한 홍대나 소민이는 제 주변 친구들을 참고해 만들었죠. 사실 이 영화의 주연은 홈리스 분들이에요. 주인공으로 보이는 홍대와 소민이 같은 친구들이 사실은 조연이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진행한 해외 촬영은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은 “그땐 모두 힘들 때라 ‘우리 힘들었어요’ 하기 좀 그렇다”고 웃은 뒤 “코로나 때문에 촬영이 연기되고, 예산이 늘어난 상태에서 해외 촬영을 갔다”고 했다. 그는 “부다페스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리허설부터 동선까지 몇 번을 점검하고 맞췄다”면서 “그런데도 다 못 찍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내가 선택한 건 ‘가만히 있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모니터 앞에서 정말 가만히 있었어요. 제가 나서서 뭔가를 하면 시간이 늘어나니까요. 감독으로서 아쉬움은 컸죠. 날씨도 너무 추웠고요. 나중에 죽을 때 ‘부다페스트에서 그때…’ 하면서 생각날 것 같아요. 하하.”
이병헌 감독은 작은 캐릭터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연출가로 유명하다.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 친근한 캐릭터들에 상업 영화의 재료를 입혀 매력 있게 만들어낸다. 차기작은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주연의 넷플릭스 ‘닭강정’. 이 감독은 “‘닭강정’ 촬영 들어가기 전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다”며 “이런 톤과 호흡으로도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재미있어서 정말 반가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앞으로 여러 장르를 만나보고 싶어요. 판타지나 누아르, 멜로 같이 장르적인 영화도 해보고 싶죠. 지금 시나리오 쓰는 것도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 보겠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