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형평운동 100년…공평과 상식의 정신, 더 널리 알린다
1923년 진주서 전개…올해 100주년 맞아
24~30일 형평주간 운영·기념행사도 진행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오, 애정은 인류의 본량(本良)이라. 그러므로 아등(我等)은 계급을 타파하며 모욕적 칭호를 폐지하며 교육을 장려하여 우리도 참사람 되기를 기약한다”
지난 1923년 경남 진주시에서는 우리나라 인권사(人權史)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1984년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던 백정들이 ‘형평사’라는 단체를 만들고, 신분해방운동인 형평운동을 펼쳤다.
‘공평’과 ‘상식’을 갈망하던 형평의 뜻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가치이자 역사로 인정 받고 있다.
진주시는 올해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24일부터 30일까지를 형평주간으로 정했다.
특히 4월 25일 ‘형평사’ 창립일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앞서 22~23일에는 형평운동을 주제로 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가 펼쳐졌으며, 24~28일 시청 로비에서는 형평운동과 소년운동 문화행사 공모작품 전시전이 열렸다.
또 오는 27일에는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강의와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헬스 워킹행사,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우리 역사 바로알기 투어가 진행된다.
이밖에 형평주간 동안 책과 영화로 만나는 어린이 인권 행사와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전시, 초청 강연회, 청소년 형평음악회, 국제학술회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올해 행사가 이처럼 대규모로 치러지는 이유는 형평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보다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형평운동은 전통적인 신분 질서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역사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인 진주에서 발원해 전국 160여 곳에 지사와 분사가 만들어질 정도로 확대되는, 다소 특이한 이력이 있다.
여기에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만 남은 게 아니라 그 가치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100년 전처럼 신분에 의한 차별은 사라졌지만 장애인과 여성,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 형평의 정신이 현대에도 필요한 이유다.
김중섭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0~30년 전 형평운동을 처음 공부할 당시만 해도 대중의 인지도는 낮았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그 가치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 세기를 지나며 또 다른 차별이 생겨나는 것처럼 형평의 정신은 계속해서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전국 최초로 무장애도시를 선언한 진주시는 다양한 인권증진·보장 시책 등을 통해 형평운동의 정신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 형평운동 다큐를 제작해 그 역사와 가치를 외부에 알린다는 생각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100년 전 백정의 신분 해방을 위해 형평사가 설립됐다. 누구나 공평한 세상을 외쳤던 선각자들의 외침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해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