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두 개의 옷걸이/금지은(1963~ )
너는 옷을 벗어두고
점점 너를 떠나가네
가판대 위의 신문처럼 펼쳐진 시간을 거부하고
우주를 떠돌다 귀향한 너는
치마를 잡고 늘어졌지
수시로 사라지는 세상과 대책 없이 나타나는 너
문을 열기도 전에 곁에 있어
이제 너에게도 여자가 필요하군
짚으로 만든 옷을 입는다면 너는 결혼에 성공할거야
대나무가 추는 춤을 타고 또 다른 네가 와
너를 대신해 울고 웃는 대나무
수많은 하객들이 압축폴더 속에서 축하를 해
하객은 떠나고
소란도 떠나고
구두를 신은 무한한 추측만 옷걸이에 걸려 있네
- 시집 〈물새가 우는 법〉(2023 )중에서
시인이 제시한 두 개의 옷걸이는 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 세상의 생을 끝내고 누가 저세상으로 떠났나 보다. 죽음으로 인한 사별의 아픔은 ‘너는 옷을 벗어두고 점점 너를 떠나가네’라는 구절처럼 끝나지 않는 현재형이다. 시인은 총각인 채 세상과 하직한 누군가의 사혼식(死婚式)을 보고 있다. 이 시를 읽으니,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로 시작하는 고 박상륭 선생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떠오른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하객도 소란도 떠나고 시인의 언술처럼 ‘구두를 신은 무한한 추측만 옷걸이’에 걸려 있다. 성윤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