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 보호 누가 잘 할지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게 말이 되나”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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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수산자원보호 직불금’
올해 신청자 배 늘어 대거 탈락
어민들 “상대평가 불공정” 불만

수산자원 보호를 유도하기 위한 수산자원직불금 제도의 지원 대상 선정 방식에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크레인 선박으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수산자원 보호를 유도하기 위한 수산자원직불금 제도의 지원 대상 선정 방식에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크레인 선박으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수산자원 보호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수산자원보호 직불금’(이하 직불금) 제도가 상대평가 방식으로 지원 대상 어선을 선정해, 실질적으로 수산자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매번 선정 어선의 점수가 달라지는 방식이라면 선정되지 않는 어민들은 수산자원 보호 활동을 할 동기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달 초 ‘2023년 수산자원보호 직불금’ 예비 대상자 1017척이 발표됐다. 올해는 TAC(총허용어획량) 업종 확대 등 각종 규제로 수산자원 보호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신청자가 지난해 대비 배 가까이 늘었지만, 119억 원이라는 한정된 예산 탓에 신청자가 대거 탈락했다.

해수부는 사전에 어민들로부터 이행계획서를 받은 뒤 평가 기준 배점별로 점수를 매겨 우선 선정 대상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탓에 수산자원 보호 활동을 펼치고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어민들이 생긴다. 현장에서는 평가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수산자원보호 직불제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어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노력이란 TAC 준수, 자율적 휴어 시행, 해양쓰레기 수거, 생분해성 어구 사용 등을 말한다.

어민들이 개인적으로 신청하거나 업종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초 해수부에 수산자원 보호 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국립수산과학원이 평가해 지원 대상을 정한다. 이후 연말에 어업관리단이 이행 여부를 점검해 최종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해 책정된 직불금 예산을 맞추기 위해 상대평가를 통해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어민 입장에서는 전년도와 비슷한 노력을 하고도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른 어민들이 어떤 수산자원 보호 계획서를 제출할지 모르기 때문에, 선정을 위해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불가능한 목표를 제출할 수도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지원자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 경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출한 어민은 선정조차 되지 못하고, 불가능한 목표를 내세워 선정된 어민은 연말에 이행 여부에 따라 일부나마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업종별로 할 수 있는 수산자원 보호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상대평가의 문제로 지적된다. 표층 해역에서 어업을 하는 업계는 해양쓰레기 수거가 불가능하고, 수작업으로 고기를 잡는 곳은 생분해성 어구나 혼획저감장치 부착이 아예 불가능하다. 지킬 수 있는 항목만으로 계획서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어민들이 상대평가에 따른 유불리를 사전에 계산해 계획서를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크다는 게 게 업계 목소리다.

현장에서는 절대평가가 이뤄져야만 모든 어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불금 대상자로 선정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도 보전을 받을 수 없다”며 “최저 점수 등을 도입하는 절대평가 방식이어야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상대평가는 예산의 문제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수산직불제팀 관계자는 “업종별로 지킬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업종에서 실현 가능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며 “선정 어민들의 계획서 이행 여부를 사후 점검해 직불금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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