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5월에 총공세”… 러군 점령지 철수 등 대반격 임박설
바그너그룹 수장 “전승절 격돌 가능성”
러측, 민간인 대피시키고 기지도 비워
시진핑, 젤렌스키와 개전 후 첫 통화
중재 의지 내비치며 “특별 대사 파견”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다음 달에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놔 소모전 상태의 전쟁이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의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고 중재 외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서 “최근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에 잘 훈련된 부대를 보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프리고진은 특히 다음 달 초를 우크라이나의 반격 시점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국경일인 전승절이 ‘디데이’가 될 수 있다는 것. 5월 9일인 전승절은 1945년 제2차 대전 독·소전쟁에서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날로, 러시아와 일부 옛 소련 지역에서 이날을 기념해 열병식 등 행사를 개최한다.
그는 “오늘 비가 내리고 있다. 마지막 비가 내리는 날은 5월 2일”이라며 “바람이 불어 땅이 마르려면 1주일은 더 필요하고 그때 우크라이나군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그들이 5월 9일 전승절을 망치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의 이 같은 예상 외에도 우크라이나가 곧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다른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점령지 헤르손에서 민간인을 강제로 대피시켰고, 크름반도 북부에서도 군사기지를 비웠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할 경우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 통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때 헤르손 인근 드니프로강 동쪽 거점을 장악하면 이후 공세가 보다 순조로워진다.
한편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쟁 발생 후 첫 통화에서 협상을 권하고 대화를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은 실행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 유라시아업무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중재 외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핵 위기 고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핵 문제에서 각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시 주석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의 제조자가 아니며, 당사자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또한 “나는 중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임명뿐만 아니라 이 통화가 양국 관계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통화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블로 리아비킨 전 전략산업부 장관을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러시아는 중국의 중재 노력을 환영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협상 과정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중국 측의 자세를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해 “고의로 비현실적 요구를 담은 최후통첩을 제시해 협상에 대한 합의와 정치·외교적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어떤 평화 요구도 미국의 꼭두각시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