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상생 경제’로 열매 맺어야
균형·실리는 견지해야 할 외교 원칙
안보 기반으로 공동 번영 지향해야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워싱턴 선언’은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구체화·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음은 물론,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과정에 한국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도 크게 넓어졌다. 이런 성과는 한·미 간 70년 동맹 역사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끈끈한 동맹이라도 외교에서 균형과 실리라는 원칙은 견지돼야 한다. ‘워싱턴 선언’이 안보의 영역에 그치지 말고 한국과 미국이 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이 돼야 하는 것이다.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와 SK가 각각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근래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전에 없이 큰 규모로 이뤄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 무려 1000억 달러(약 133조 5000억 원)가 넘는다”며 치켜세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 의향을 전했다. 특히 첨단산업 관련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생산시설을 세울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간에 다양한 투자협력의 물꼬가 트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현재 양국 사이에 가장 첨예한 외교 사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기업을 제외했고, 반도체지원법에도 기밀정보 제출, 초과이익 공유, 중국 투자 제한 등 과도한 조건을 명시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도, 해법을 묻는 질문에 미국 당국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원칙론만 반복할 뿐이다. 다른 나라도 아닌 동맹국의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떠안기는 이런 행위를 강요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동맹국으로서 공동 번영을 바란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 하겠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이익이 아닌 가치에 기반한 동맹”을 강조했다. 북핵에 맞서야 하는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한 발언이겠으나, 안보 못지않게 경제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도 한국도 전에 없는 경기 침체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새로운 탈출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한·미 간의 경제협력 체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공고해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보여 준 성의에 값하는 미국 정부의 성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한국 정부는 이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안보 협력에서 경제적 운명공동체로 나아가야 비로소 한·미 동맹의 진정한 완성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