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호응 사업 '칼질', 부산시의회 ‘무리수’
시의적절·도입 시급 평가받은
아침체인지·대중교통할인 등
시·교육청 추경 188억 삭감
“속내는 시 길들이기” 비난 거세
부산시의회가 사업 공개 후 시민 호응도가 상당히 컸던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현안 사업 예산을 대대적으로 칼질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시의 ‘대중교통 통합할인제’와 시교육청의 ‘아침 체인지’ 사업이다. 시의회는 겉으로는 시와 교육청이 사업 추진 절차상 문제가 있고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시 길들이기를 위해 무리한 삭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는 지난 19일 시작된 제313회 임시회에서 시와 교육청의 제1차 추경 예산안을 심사해 총 188억 8200만 원을 삭감했다. 삭감 규모가 큰 사업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중점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하는 대중교통 통합할인제와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조성 지원 사업은 지난 25~26일 해당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와 복지환경위원회에서 각각 122억 원, 7억 1000만 원이 각각 삭감됐다. 대중교통 통합할인제는 대중교통 사용 금액이 월 4만 5000원을 초과할 경우 9만 원까지는 초과금액 전액을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돌려주는 제도로 최근 시민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들락날락은 박 시장의 공약인 ‘15분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주요 시설이다.
하 교육감의 공약인 아침체인지 사업은 26일 교육위원회에서 23억 8000원이 깎였다. 아침체인지 사업은 초중고에서 아침 체육활동을 실시해 학생의 인성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의회는 대중교통 통합할인제의 경우 한 회기에서 조례와 예산 심의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들락날락 조성 지원 사업 예산은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삭감했다. 아침체인지 사업 예산 삭감에는 예산 중복 편성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시급한 도입이 필요한 사업이거나 사업 현장에서 상당히 호응이 좋은 사업이라는 점이다. 대중교통 통합할인제의 경우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도입에 찬성했다.
시의회는 시가 올해 2월 발생한 만덕~센텀 고속화도로(대심도) 토사 유출 붕괴 사고를 늑장 공개하고 예산 심의 때마다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추경 심사 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왔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추경 심사 때 제대로 하자는 기류가 시의회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