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라지물 모녀 살인’ 50대 여성 1심 무기징역
정신과 약물 갈아 ‘몸에 좋다’ 마실 것 강권
정신 잃자 흉기·둔기 휘둘러…금품 갈취 목적
중학생 아들만 생존 “깨보니 엄마·누나 이미 숨져”
“아들이 범인” 취지 주장하며 끝까지 부인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이웃집 모녀를 살인한 50대 여성(부산일보 지난해 9월 14일 자 11면 등 보도)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 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12일 이웃집에 사는 40대 여성 B 씨 가족에게 정신과 약을 갈아 만든 물을 ‘건강에 좋은 도라지물’이라며 강제로 먹인 뒤 엄마인 B 씨와 딸인 C 양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날 자신의 손녀딸과 함께 B 씨 집을 찾아왔으며, 평소 ‘이웃집 이모’로 지냈기에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았다.
A 씨는 피해자들이 도라지물 마시기를 거부하자 강제로 이를 먹였다. 약물에 중독된 B 씨가 쓰러졌다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자 A 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B 씨의 턱과 손 부위 등을 찔렀다. 이후 A 씨는 끈 등을 이용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C 양도 의식을 되찾자 A 씨는 둔기로 C 양의 머리 등을 때렸고, 휴대전화로 C 양의 얼굴을 내려 찍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C 양의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 하도록 했다. C 양은 사망 직전 친구에게 ‘몸에 좋은 주스라고 해서 먹었는데 너무 어지럽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와 달리 메시지에 오타도 상당히 많았다.
B 씨 아들도 도라지물을 마신 뒤 잠에 들었으나, A 씨는 B 씨 아들은 살해하지 않았다. A 씨는 수사과정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B 씨의 아들이 범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B 씨 아들은 법정에서 “도라지물을 마신 뒤 15시간이나 잠에 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머니와 누나가 모두 살해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2015년 7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어 월세나 생활비, 병원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귀금속 등 금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A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사건 약 열흘 전인 지난해 9월 1일 지인에게 마찬가지로 ‘목에 좋다’며 도라지물을 권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지인은 도라지물을 마신 뒤 정신을 잃었고, 결국 119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 과정에서 A 씨 지인의 집에 보관 중이던 귀금속이 사라지기도 했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도라지물을 먹이지도, 이들을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 주거지에서 발견된 절구공이에서는 신경정신과 약물 성분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피해자들 몸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다”며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피고인이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물욕에 물들었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으면 안된다. 특히 B 씨 딸은 17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사망을 하게 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해자들이 약물에 취해 깨어났다면 거기서 범행을 멈추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은 2명의 생명을 빼앗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현장에 불을 지르고 피해자 휴대전화를 하수구에 버리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