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건’ 가스라이팅 있었나… 친모 입에 쏠린 눈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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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피해자 ‘가을이’ 친모
동거녀 재판서 90분 증인 심문
정신적 종속 성매매·학대 여부
법정 증언으로 실체 밝힐지 주목


지난해 12월 20대 친모가 아동학대 끝에 의식을 잃은 4살 딸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20대 친모가 아동학대 끝에 의식을 잃은 4살 딸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 부산일보DB

아동학대로 4세 여아가 숨진 ‘가을이 사건(부산일보 26일 자 10면 등 보도)’에서 가스라이팅의 영향력에 대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스라이팅 주체인 동거녀의 재판에서 가을이 친모의 장시간 증인 심문이 예정돼, 처음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이뤄진다. 가을이 친모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자 학대 행위자이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지난 28일 동거녀(성매매 강요와, 아동학대 살해 방조 등)와 남편(아동유기·방임 방조)의 재판에서 가을이 친모, 통합심리검사 행동분석관 등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특히 친모 증인 신문에 90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을 배정해, 집중적인 증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거녀 측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동거녀가 친모를 대신해 가을이를 보호해 주었다는 걸 주변인들이 증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동거녀 측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증인 신문 등을 최소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향후 가을이 친모인 20대 A 씨의 증언은 가을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 씨는 앞선 검경 수사에서 동거녀인 20대 B 씨의 가스라이팅 부분에 적극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재판에서도 줄곧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들의 동거 기간에 일어난 일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다만 성매매 강요의 경우 금융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추후 수사에서 확인됐고, 가스라이팅 정황도 드러날 수 있었다.

검경 수사 결과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8월부터 B 씨와 동거를 시작해, 약 10개월 뒤부터 B 씨의 강요로 성매매에 나섰다. A 씨는 약 1년 6개월 동안 2410회의 성매매를 했으며, 성매매 대금 1억 2450만 원은 B 씨가 가졌다. 이 과정에서 감시와 정신적 종속이 이뤄졌다는 게 수사 기관의 설명이다. 동시에 A 씨는 성매매에 나선 이후 가을이를 굶기고 학대하다, 지난해 12월 가을이에게 주먹을 휘둘려 숨지게 했다.

가을이 사망 뒤 수사에서 A 씨가 B 씨에 대한 진술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장기간 가스라이팅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A 씨는 양육과 학대에 B 씨가 상당히 개입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신적 의존 상태에서 벗어난 만큼, 학대에 있어 B 씨의 책임을 증언하겠다는 것이다.

A 씨의 최근 입장은 두 사람의 기형적 관계와 일상 감시가 가능했던 10여 평의 좁은 주거지 등의 정황을 고려하면 적잖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한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어, 이후 재판에서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아동학대 살해 등의 혐의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동거녀 B 씨는 가을이를 학대하거나 방조하지 않았으며, 성매매 강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A 씨를 대신해 가을이를 보살펴 주었다고 주장한다. 이날 법정에서 B 씨 측 변호인은 지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지인들이 피해 아동인 가을이의 옷가지 등을 챙겨주기 위해 서로 대화를 나눴었고, A 씨는 친모를 대신해 아이에게 숙박과 식사 등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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