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예비역 ‘근무 중 이동 제한’ 완화해야”
입법조사처, 개선 보고서 발간
일자리·예비역 수 일 대 일 구조
업체 늘려 부당 처우 대응 필요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제도인 '승선예비역'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승선예비역이 지원할 수 있는 업체 수를 늘리고 근무 중 이동 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승선예비역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번 보고서는 승선근무예비역이 병역 의무를 진 상황을 악용해 이들에 대한 괴롭힘 등 부조리 행위가 종종 발생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조사처는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 내 근무와 바다 위라는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으로 인해 이들의 권익 보호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산업지원 인력제도 중 하나인 승선근무예비역은 항해사·기관사 자격을 가진 병역의무자가 해운업·수산업 분야의 업체에서 근로계약에 의한 근로자 신분으로 일정 기간 동안 승선근무해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2018년 3월 페르시아만을 항해 중이던 화학물질 운반선에서 한 승선근무예비역이 사망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올 2월 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와 회사 등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조사처는 일자리 수와 그 자리에 지원하는 승선근무예비역의 수가 거의 일 대 일의 구조가 된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다음 연도에 1000명의 승선근무예비역이 필요한 경우 해당 수 전체를 업체별로 할당한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의 위치는 자연히 을이 되고, 복무기간 동안 크고 작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고용업체 입장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은 '결국 우리 회사로 올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게 되고, 그들에 대한 처우 제고나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사처는 업체별 승선근무예비역 수를 늘린다면 업체들이 이들의 권익 보호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사처 측은 "승선근무예비역이 지원할 수 있는 업체 수가 늘어나면 좋은 조건의 해운업체를 상대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업계 내 근로 조건 개선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조사처는 승선근무예비역이 근무 중에도 좋은 근로 조건이나 근무 환경을 찾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운업체 간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승선근무예비역은 업체가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이동 근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승선근무예비역은 사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복무 기간을 완료해야 한다는 신분상 부담으로 인해 부당 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쉽지 않고, 위법·부당 행위 판정 다툼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실제 이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조사처 측은 "이동 근무 요건의 완화는 승선근무예비역을 배정받은 해운업체로 하여금 승선근무예비역의 처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해당 당사자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유효한 대응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