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어쩌나” 고민 깊어진 정부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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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미국 공조 강화’ 거듭 강조
글로벌 이슈 놓고 중·러 경계감 상승
중 외교부 "언행에 신중 기하라” 반발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향후 대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놓고 현 정부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의회 연설, 하버드대학 대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치 기반의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 양자 관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도 미국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결국 글로벌 이슈마다 미국과 반대편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에 경계감을 더 크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채택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가 여러 글로벌 이슈 가운데 맨 앞에 배치됐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해협 문제는 물론 남중국해 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규범 기반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이들 나라를 겨냥하며 미국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장 중국은 한국 정부를 거칠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한·미를 향해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에도 “미국이 지정학적 사리사욕을 위해 지역 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확대하고, 긴장을 조성했다”며 반발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도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중·러와의 관계에는 부담이 쌓이는 것이다.

반면 중·러 두 나라는 주변 정세에 따라 언제든 북한 문제에서 한국에게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외교 방향은 동맹 공조 강화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중·러 외교도 조심스럽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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