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vs “핵우산 신뢰”… 중·일 언론 ‘워싱턴 선언’ 시각차 [코리아 리포트]
중국 글로벌타임스, 연일 비판
“미국 전략무기 북·중·러 노려”
일본 요미우리, 대북 경고 사설
“한국 NPT 체제 묶어 놔” 평가
일본 아사히, 핵무기 충돌 우려
“북한 협상 나오도록 조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일궈 낸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한 실질적인 확장억제 방편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넘어 한반도 주변의 중국과 일본도 워싱턴 선언을 다양하게 평가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기항에 대해 중국 언론은 경계했고, 일부 일본 언론은 한·미 정상의 결단을 환영하며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 매체 “미 전략자산, 중·러 압박용”
중국 매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보여 준 한국과 미국의 밀착을 놓고 일관되게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을 강화하기로 한 워싱턴 선언 등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미국 핵무기 전개를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도발적인 행위로 간주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또 다른 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전략적 수준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이 매체에 “확장억제 전략은 동맹국인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게 아니라 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중국·러시아·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 자산을 배치하기 위한 핑계”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8일 게재한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이 미국에 갖다준 선물과 한국의 이익을 비교하면 이 핵우산은 새로운 위험만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한국에 잠재적 위험 요소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해당 사설에서 워싱턴 선언에 담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관련, “(한국이)공동 성명에 서명하는 것은 중국과의 상호 신뢰를 해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보수 성향따라 갈린 일 언론
일본에서는 신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워싱턴 선언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렸다. 우선 이번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도출을 계기로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앞세워 도발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핵으로 핵을 막는 게 불충분하다는 시각도 확인됐다. 일본 보수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8일 사설 ‘한·미 정상회담 핵우산 신뢰성 확인했다’에서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할 경우 미국이 즉각 압도적인 핵전력으로 반격해 정권을 파멸시킨다”면서 “한·미 정상이 내린 강력한 경고를 북한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설 첫 문장부터 북한을 겨냥했다. 요미우리는 이어 이번 워싱턴 선언이 결국 북핵 위협 고조에 따른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억제하고 한국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 묶어 놨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한국의 억지력 강화와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양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힘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멈출 수 없다”며 “압력과 대화의 균형이 맞지 않는 전략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사히는 또 “핵으로 핵을 제압하는 발상으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태롭다”며 “핵무기 배치를 금지한 1991년 남한과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스스로 깨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사설 말미에 “워싱턴 선언에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문구도 담겨 있긴 하다”면서도 “무늬만 호소할 게 아니라 협상에 나서도록 북한에 촉구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다. 일본도 한·미와 협력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당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