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하한가' 초유 사태에 금융위 '책임론' 확산
8개 종목, 1주일 새 '평균 1조 원' 증발
개인 투자자 매집세에 추가 피해 우려
금융위 논란 확산… "요란한 뒷북 조사"
장외파생상품 거래 자격 낮춰 피해↑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급락 사태가 코스피 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초유의 기록을 만들어 냈다. 금융당국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본격 조사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한 해당 종목을 매집하고 나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장외 파생상품 차액결제 거래(CFD)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시가총액 총합은 지난달 28일 기준 약 4조 34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인 같은달 21일 시가총액 합계(약 12조 1949억 원)와 비교해 약 8조 원 가까이 급감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감소가 가장 컸던 종목은 서울가스로 2조 3375억 원에서 6395억 원으로 약 1조 7000억 원이 증발했다. 대성홀딩스(-1조 5453억 원)와 삼천리(-1조 3969억 원), 다우데이타(-1조 26억 원)도 1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선광이 75.40%로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대성홀딩스(-73.83%), 서울가스(-72.64%), 삼천리(-69.25%) 등도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유례없는 주가 폭락은 코스피 시장에 새로운 기록도 만들어 냈다.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는 같은달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2015년 6월 가격제한폭(±30%)이 확대된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연일 급락세를 거듭하던 8개 종목 중 일부는 지난달 28일 급등한 채 한 주를 마무리했다. 이날 삼천리는 전 거래일보다 22.89% 오른 15만 3000원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대성홀딩스도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8.12%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6개 관련 종목도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는 해당 종목들의 하한가 행진이 과도하다는 판단 아래 차익을 노린 저가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8개 종목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해당 종목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은 데다, 연일 지속된 하한가 사태 속에 주가가 단기 급등하며 ‘변동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초유의 사태에 금융당국도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이번 사태의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업체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서울남부지검도 관련자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도 증권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차액결제거래(CFD) 등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금융위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CFD가 급성장하는 동안 위험 관리 등 제도 개선은 등한시한 채 오히려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해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당일 현금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증거금률은 증권사들이 종목별로 40∼100%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어 최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문제는 금융위가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낮추면서 위험 관리에 대한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CFD 서비스 도입 및 확대 배경으로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