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달러 환율… 5개월 만에 최고치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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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은행 불안·韓경제 침체 우려 겹친 영향
원·엔 환율도 11개월 만에 1000원 넘어

30일 외환시장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37.7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1,301.9원)과 비교해 2.7% 절하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 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가운데 달러 대비 세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사진은 이날 명동에 위치한 환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외환시장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37.7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1,301.9원)과 비교해 2.7% 절하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 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가운데 달러 대비 세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사진은 이날 명동에 위치한 환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국면에서도 5개월 만에 장중 1340원을 돌파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연일 오르며 1340원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내린 1337.7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1.5원까지 고점을 높였으나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에 대한 경계감에 상승분을 내주고 소폭 하락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은행권 위기가 재차 불거진 영향이 크다. SVB 사태 당시 불안감을 키웠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1분기에 예금 잔고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우려가 일부 현실로 나타나자 미국 증시 전체가 흔들렸고,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쏠리며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101.94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의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했지만, 순수출(수출-수입)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현재 채권국”이라며 외환시장 불안 우려에 선을 그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으로 안정적인 점을 들어 적극적인 개입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지속되는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된 점과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엔화 역시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9.17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2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900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최근 10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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