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주기는 끝이 있다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센텀지점 과장
영화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부음을 접했다. 그가 처음 영화 음악을 맡은 작품인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주제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사카모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선율이다. 메인 테마곡 ‘레인(Rain)’이 유명한 영화 ‘마지막 황제’를 통해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품 중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에서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인간 중심의 직선적인 음악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처럼 원을 닮은 음악을 추구했는데 지구나 DNA 특유의 이중나선 구조 같이 우리 주변에서 회전하는 형상을 보며 자연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이 선호하는 업종도 순환한다. 주가는 길게 보면 가치를 반영하지만 그 사이 저평가와 고평가를 오가기에 주식에서는 달이 차면 기운다는 ‘순환론적 사고’가 유효하다. 하지만 사람은 직선과 같은 형태의 선형적 사고에 익숙하기에 지금 인기 있는 업종이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이를 두고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시계추가 한쪽 방향으로 영원히 움직일 것이라고, 또는 그 끝에서 계속 머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다. 반면 시계추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평균 회귀 경향을 믿지 못한다면 탐욕이 가득한 종목에서 욕심 부리기 쉽고 공포가 만연한 시장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기도 어렵다.
사카모토가 가장 좋아했던 문장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다. 무한한 예술의 경지에 유한한 우리 인생을 빗댄 표현이다.
투자 역시 긴 안목으로 임하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주기는 기대보다 일찍 끝나는 경우가 많다. 피터 린치는 ‘이기는 투자’에서 “종목 선정은 예술인 동시에 과학”이라고 하며 “어느 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목욕탕에 들어갈 때 물의 온도가 뜨거운지 적당한지 차가운지 알려면 손가락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지 온도계를 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현재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먼 미래의 이익까지 동원해야 한다면 이미 시계추가 한참 치우쳤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직선적으로 움직이는 구간이 과도하게 길어지면 자연의 순리를 닮은 사카모토의 음악을 떠올려보자. 주기는 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