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무효”… 의사·간호조무사 총파업 선언
13개 단체 5월 초 부분 파업 돌입
대통령에 재의요구권 행사 요구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발령
정부, 긴급상황반 꾸려 대책 점검
한의사협 “파업 땐 공백 메울 것”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하며 연대 총파업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는 긴급 상황점검반을 꾸려 의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들은 “5월 초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총파업의 적절한 시기를 신속하게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7일 간호법 통과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으로 ‘원팀’으로 기능해야 할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 원인을 제공한 사실에 (정치권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국회 강행 처리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료계 단체의 총파업 선언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했다. ‘관심’ 단계에서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 대책 점검, 유관 기관 협조 체계 등을 구축한다.
긴급상황점검반은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반장,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부반장을 맡는다. 긴급상황점검반은 일일 점검체계로 운영되며 △의료이용 차질 발생 여부 등 상황 파악 △비상 진료기관(보건소 포함) 운영 현황 점검 △지자체·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의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의료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긴급상황점검반은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운영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발생할 의료 공백은 한의사들이 메우겠다고도 선언했다.
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 제정 필요성의 근본적인 취지에 공감해 지속적으로 찬성 의견을 견지해왔다”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건의료계를 구성하는 직역 간 상호 존중과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의적 차원에 근거한 의견”이라며 “법령 제정의 선한 취지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의협은 간호법을 저지하겠다고 강경 투쟁을 선언한 의사협회 등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빚어질 의료공백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우리는 이미 의료계 내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본분은 잊은 채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직역이기주의의 심각한 폐해를 경험했다”며 “더 이상 상대 직역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과 악의적인 폄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 간호법은 병원 안팎의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업무 범위 등에 대해 규정하는 법안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오래전부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단체는 ‘간호사 특혜 법안’이라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펼쳐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