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작 평가 진주시 캐릭터 ‘하모’, 소극적 활용에 관심 ‘시들’
전국 캐릭터대회 대상 등 인기
변형·다변화 안 돼 이미지 정체
주력품 인형 판매량 감소 추세
“지자체, 민간 활용 방안 높여야”
경남 진주시가 만든 캐릭터 하모는 지자체 생산 캐릭터로선 드물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백여 개 지자체 캐릭터 가운데 몇 안 되는 ‘성공작’인데, 일각에선 “너무 소극적인 활용 탓에 인기가 빨리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캐릭터 마케팅은 이제 홍보 수단을 넘어 관광 콘텐츠이자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대로 캐릭터 홍수 속에서 십중팔구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지만 ‘잘 만든 캐릭터는 열 홍보대사 안 부럽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큰 효과를 보인다. 진주시 하모는 지자체 캐릭터 가운데 성공작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공공미술 전시를 위한 캐릭터 공모전 당선작으로 뽑히면서 제작된 하모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지금은 지역의 대표 캐릭터가 됐다. 곳곳에 하모 조형물이 만들어졌고 지역 이벤트나 행사, 축제의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인지도도 쌓았다.
EBS 펭수와 함께 SNS에 등장하며 모든 세대에 이름을 알렸고, 전국 캐릭터 대회 대상과 핫스타상, 라이징상 3관왕을 석권하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방송에 소개되며 지자체 캐릭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하모가 등장한 지 2년 지나면서 관심이 예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캐릭터 시장을 확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캐릭터인 하모는 비교적 정체돼 있다는 것. 실제 주력 상품인 하모 인형의 판매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인형을 제작해 지역에 들여오는 기업에 따르면, 하모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에만 약 2만 개 정도가 판매됐다. 하지만 올해는 4월 말까지 8000개 정도에 그쳤고 그 수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태다.
지자체 캐릭터 특성상 지역민들이 주 구매자인데, 이미 같은 모양의 하모 인형을 1개 이상 들고 있다 보니 판매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하모 판매업체 관계자는 “하모 인형 판매량이 당장은 유지할 정도는 되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면 결국 인형 판매를 접을 수밖에 없다. 인형이 주력 상품인데, 이게 사라지면 산업화 발전 동력도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판매량을 늘리려면 새로운 형태의 인형이 나와야 하는데 지자체 규제가 강해 캐릭터 변형이나 다변화가 쉽지 않다.
기업들이 출시한 캐릭터들은 프렌즈 시리즈 등 다변화 속도가 빠르고 다채로운 굿즈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하모용 의복이 출시돼 일부 변화가 시도됐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 쿠션과 컵 홀더, 키링 등과 같은 일부 다른 형태의 굿즈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인형만큼의 파급력은 없는 데다, 판매 마케팅 등 하나부터 열까지 시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다른 판매업자는 “지자체 의지가 강해 현재로선 하모 변형이 안 된다. 뭔가를 시도하려면 하나하나 다 지자체 허락을 맡아야 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규제가 조금 완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모를 통한 지역 홍보에 앞서 하모 자체의 발전이나 홍보에도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나서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업체를 지원해 주고 전국에 유통 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혁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교수는 “지자체 캐릭터는 지자체장이 바뀌면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자체는 정책을 통해 민간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이번 기회에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또 외부사업자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캐릭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가 특정 캐릭터를 지속 가능성 있게 밀고 갈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