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장억제’ 최대 성과… ‘핵공유’ 해석 놓고 논란 여지도
[윤 대통령 방미 결산] 어떤 성과 이뤘나
‘워싱턴 선언’ 핵우산 실효성 높여
IRA·반도체법 한국 기업 우려 완화
바이오 등 양국 ‘양해각서’ 50건
‘한·미 동맹’ 전방위 확대 공감대
윤석열 대통령은 5박 7일 동안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상·하원 연설, 펜타곤(국방부) 정세 브리핑, 하버드대 연설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미 두 나라 정상이 새로운 대북 확장억제 조치를 도출한 것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경제 분야에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 등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확장억제 명문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에 합의했다.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해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전개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워싱턴 선언을 놓고 대통령실은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해석한 반면 백악관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이며 최종적 권한을 미 대통령만이 보유한다는 ‘단일 권한’ 입장을 강조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 이슈 등 다른 글로벌 현안들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대만 이슈와 관련해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59억 달러 투자 유치… 세일즈 외교 성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등과 맞물린 경제안보 공급망 이슈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 70주년 공동성명’에서 “IRA와 반도체법에 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기울여 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두 정상이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명쾌하게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정상이 제시한 큰 방향성에 맞춰 양국 실무 부처가 실질적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을 계기로, 현재까지 체결된 한·미 간 양해각서(MOU)가 5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바이오(23건), 산업(13건), 에너지(13건), 콘텐츠(1건) 등의 분야에서다. 특히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테라파워 등 미국 주요 3사와 모두 MOU를 체결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또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25억 달러)를 비롯해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6개 첨단기업(19억 달러)과 코닝(15억 달러) 등 모두 59억 달러(한화 약 7조 8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 KAI(한국우주항공산업)는 미국의 우주항공기업인 록히드마틴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투기를 수출하면서 최대 340조 원의 연관 산업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도 접견, 완성 전기차 생산라인인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두 나라는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을 기술, 문화, 정보 등 분야로 전방위 확대해 글로벌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자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워싱턴 선언뿐만 아니라 신흥기술, 사이버 안보, 과학기술, 우주탐사까지 총 6건의 공동 성명을 체결했다.
보스턴=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