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외노자 대상 마약 유통조직 ‘덜미’
통영해경, 유통조직 일당 7명 구속
거제 어선원·유학생 등 8명 불구속
케타민 등 신종 마약이 경남 남해안 일대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힘들고 위험한 산업 현장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만큼 마약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영해양경찰서는 거제지역 외국인 해양산업 종사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유통조직 일당 7명을 붙잡아 전원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서 약물을 구매한 투약자 8명도 체포해 불구속 송치했다.
해경에 따르면 유통조직은 불법체류자인 총책 A(28) 씨와 B(23) 씨를 중심으로 상·중·하 판매책을 점조직으로 꾸려 마약을 공급했다. 특히 A 씨는 2018년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2021년 마약 거래가 발각돼 지명수배에 내려진 상태로 확인됐다.
마약은 국제우편이나 고향을 다녀오는 귀화 외국인(일명 지게꾼)을 통해 동남아시아지역 일대에서 들여왔다. 이들은 주로 노래주점이나 마사지숍, 클럽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노렸다.
외국인들만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텔레그램 등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구매자와 접촉한 뒤 지정한 장소에 마약을 두고 오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했다.
판매책이 변심하지 못하도록 “배신하면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잔혹함도 보였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해경은 최근 외국인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중심으로 케타민, 엑스터시 등 신종 마약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긴밀하게 협력한 끝에 유통조직원 7명을 모두 검거했다.
이 과정에 총책인 A 씨와 B 씨는 검문하던 경찰관을 자동차로 친 뒤 달아났다. 수사망을 벗어나려 휴대전화를 끄고 택시를 번갈아 타며 종적을 감췄지만, 디지털포렌식과 DNA 감정 등 과학수사를 적극 활용한 해경의 끈질긴 추적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해경은 이들이 갖고 있던 엑스터시 304정, 케타민 11.95그램을 압수했다. 시가 6500만 원 상당이다. 또 판매책을 통해 약물을 구매한 외국인 선원, 유흥주점 접대부 등 투약자 8명도 적발해 불구속 송치하고 4명은 강제추방했다. 이중 일부는 유흥주점에 마약을 투약한 뒤 접대부와 ‘환각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해경 조사에서 고된 노동과 향수병을 못이겨 마약에 빠져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정석 수사과장 “이번 사건과 유사한 유통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남해안에 마약사범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조선소 등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 마약사범도 계속해서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은 신분 확인이 힘들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방침에 발맞춰 작년 10월 전단팀을 꾸린 통영해경은 지금까지 서부경남에서만 마약사범 31명을 검거해 17명을 구속 송치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