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⑤이기대 해안가 숲길 걸으면 산과 바다 매력 동시에
<5코스-오륙도 품은 이기대>
깎아지른 해안 절벽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
산속을 걷고 바닷가를 걷는 ‘명품 걷기길’
걷다 보면 해운대 일대 마천루들 눈앞에
농바위·돌개구멍 등 지질 유산 ‘천혜 절경’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이번엔 5코스 ‘오륙도 품은 이기대’를 소개한다. 5코스는 동부산에 있는 욜로 갈맷길 1~5코스의 마지막 코스로, 동부산의 매력이 응집돼 있다. 해안가 산자락에 난 산책로를 걸으면, 산과 바다의 매력과 절경을 동시에 느끼고 즐길 수 있다. 부산의 정체성이 녹아나 있는 코스다. 아울러, 부산의 미래인 부산항 북항을 비롯해 원도심 곳곳을 조망을 할 수 있어 원도심과 서부산 욜로 갈맷길의 묘미를 미리 맛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동해-남해 분기점에 서다
욜로 갈맷길 5코스는 남구 용호동 오륙도 선착장 앞에서 동생말 전망대까지 4.5km 구간이다. 출발점인 오륙도 선착장까지는 도시철도 노선이 닿지 않는 만큼, 시내버스를 타고 오륙도 스카이워크 정류장에서 내려 2~3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오륙도 선착장 앞은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오륙도는 오륙도 선착장 남남동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바위섬들이다. 조석 간만의 차 또는 바라보는 위치·방향에 따라 어떨 땐 5개, 어떨 땐 6개로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오륙도 선착장 앞에는 ‘코리아 둘레길 시작 지점’ 안내판이 서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해파랑길(오륙도 앞~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50개 코스 770km), 왼쪽으로 가면 남파랑길(오륙도 앞~전남 해남 땅끝마을 90개 코스 1470km)이다. 코리아 둘레길 안내판이 서 있는 지점, 즉 오륙도 앞이 동해와 남해를 나누는 기준이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가려면,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다시 걸어 올라가 오륙도 스카이워크 표지석이 있는 입구 쪽으로 가든지, 오륙도 선착장에서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바로 갈 수 있는 덱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35m 해안 절벽 위에 설치된 다리로 바닥이 투명 유리다. 마치 공중 산책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정이 좋은 날엔 대마도를 볼 수 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동해와 남해를 나누는 지점에 있는 만큼, 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장자산 가파른 산비탈에 울창한 숲과 아찔한 절벽이 어우러진 이기대 일대와 저 멀리 해운대와 마천루들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영도와 부산항 북항, 선선대 부두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입구 쪽 해파랑 카페 건물 옥상에 있는 오륙도 전망대에 올라가면, 더 높은 지대에서 아름다운 풍광들을 즐길 수 있다.
욜로 갈맷길 5코스는 오륙도 선착장~오륙도 해맞이공원 구간 200m 정도만 제외하면, 이기대 해안산책로 4.3km(오륙도 해맞이공원~농바위~어울마당~동생말)와 일치한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 언덕에 있는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이기대 자연마당에 잠시 머물며 여유를 즐겨 본다. 해맞이공원과 자연마당에는 자줏빛 산철쭉꽃과 노란 유채꽃, 수선화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자연마당에는 커다란 연못과 생태 습지가 있다. 연못에는 분수가 시원스럽게 물을 내뿜는다. 해맞이공원과 자연마당 언덕에서 굽어본 오륙도 스카이워크와 오륙도 주변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산길과 해안길 동시에 걷는 즐거움
잠깐의 여유를 뒤로 하고,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해안가 쪽으로 난 나무 덱 계단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걷는다. 산책로는 가파른 산비탈에 둘쑥날쑥한 해안을 따라 나 있다. 산과 바다를 면하고 있어 산길(숲길)이기도 하고 해안길이기도 하다.
농바위까지 가는 길엔 이정표가 몇 나온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이기대 순환로, 장자산 등산로와 곳곳에서 서로 맞물린다. 길을 잘못 들 수 있기 때문에,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농바위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가파른 오르막이나 내리막에는 덱 계단이 설치돼 있다. 돌이나 흙이 깔린 길은 평탄하지 않고 대체로 울퉁불퉁하다. 어린이나 노약자, 무릎이 불편한 사람이 걷기엔 쉽지 않다. 대신 인공적인 포장이 덜 된 숲길이어서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 든다. 산책로는 대부분 폭이 좁아 교행이 쉽지 않다. 반대편 끝 지점인 동생말에서 출발한 갈맷길 여행객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은데, 교행하려면 한쪽에서 멈춰 길을 내어 줘야 한다.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에 마주 오는 여행객들이 불편하기 보다는 반갑다. 외국인들도 종종 보인다.
산책로를 걸으면 산속을 걷고 있고, 바닷가를 걷고 있다. 봄바람이 나뭇가지와 잎을 스치는 소리와 파도가 갯바위와 해안 절벽에 부딪쳐 철썩이는 소리가 합주를 한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바다 전망에 맘이 설렌다. 걷기 여행객들이 부산을 대표하는 명품길로 손꼽을 만하다.
농바위 전망대에 다다르면, 농바위 구경을 놓칠 수 없다. 농바위는 장롱을 포개어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 절벽 위에 여러 개 바위가 포개져 솟아 있다. 뭔가를 머리에 이고 먼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 모양 같다. 농바위는 과거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연락을 하는 기준이 되는 바위로도 쓰였고, 부처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으로 지나가는 어선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돌부처상 바위로 불리기도 했다.
농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해안 절벽을 끼고 덱으로 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바다 쪽으로 울창했던 수풀은 어느새 걷히고 탁 트인 시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해운대 일대의 마천루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가끔 만나는 덱 쉼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옥색 바다와 깎아지른 해안 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소중한 지질 유산과 천혜의 절경
이기대 어울마당까지 0.7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서 해안 절벽을 끼고 이어지던 덱길은 끝나고 숲길이 시작된다. 해송들이 모여 있는 솔밭마당과 솔밭마당 앞 덱 쉼터인 솔밭쉼터에서는 잠시 숨을 돌리기 좋다. 솔밭마당과 솔밭쉼터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곧 이기대 어울마당이다. 스탠드 앞 넓은 공터에 자갈이 깔렸다. 어울마당에 서면, 광안대교와 동백섬, 해운대 일대 마천루들이 한눈에 담긴다.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였다는 안내판도 있다. 영화의 주 무대가 해운대 미포였지만, 어울마당에서도 탁 트인 경관을 배경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촬영됐다고 한다. 어울마당 안쪽에는 과거 일대가 폐광산이었음을 알려 주는 안내판이 있다. 구리를 캤다고 한다.
어울마당을 지나면 기기괴괴한 갯바위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구멍이 둥글게 송송 뚫린 널찍한 갯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내판에 따르면, 갯바위의 틈에 있던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오랜 시간 바위의 표면을 깎아 만들어진 ‘돌개구멍’이다. 이기대 일대에는 약 80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암반과 지층이 남아 있다. 이들 암반과 지층은 파도의 침식을 받아 해식애, 파식 대지, 해식동굴, 돌개구멍 등 천혜의 절경을 만들어냈다. 이기대는 이러한 지질 유산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동생말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골짜기 사이에 놓인 구름다리를 만난다. 출렁다리다. 구름다리는 모두 5개다. 모두 길지 않아 출렁거리는 느낌은 많지 않다. 코스의 종착점인 동생말 전망대에서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가 가장 가까이 보인다. 동생말 전망대에서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분포고등학교 앞 마을버스 정류장이다.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옆엔 용호별빛공원이 있다. 국가 부두였던 용호부두가 공원으로 개발돼 2021년 7월 개방된 친수공원이다. 용호별빛공원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와 해운대 일대 전망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걷기 앱을 이용해 측정한 순수한 5코스 완보 시간은 1시간 36분, 걸음 수는 1만 26걸음, 거리는 6.82km였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