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창작춤 산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부산시립무용단의 기대작
국립부산국악원 ‘유마도’ 시즌2
기악단·성악단까지 총출동
부산시립무용단 ‘1002 Nights’
부산시향 ‘세헤라자데’ 협연
부산의 전문 직업 무용단이라면 전국 최초의 시립무용단으로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정윤)과 2009년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예술감독 정신혜)이 대표적이다. 이 두 무용단의 결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전통춤의 계승과 한국 창작춤 개발·활성화를 위해 애쓴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특히 개인 무용단으로선 엄두를 못 내는 대작을 그나마 제작할 여건이 되는 만큼 부산 시민은 물론이고 무용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과 부산시립무용단이 이번에 준비한 작품은 무용극이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춤, 조선통신사 유마도를 그리다’(3~13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와 부산시립무용단의 제87회 정기공연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12~1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이다. 안무는 두 무용단 예술감독이 맡았지만, 각 예술단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부산국악원의 경우, 무용단 외에도 기악단·성악단(예술감독 유경조)이 총출동하고, 부산시립무용단은 처음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최수열)과 한 무대에 올라 협연을 펼치게 된다. 각각의 작품 특징과 내용을 살펴본다.
■국립부산국악원 ‘춤, 조선통신사 유마도를 그리다’
이 작품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그려낸 소설 <유마도>(원작 강남주)를 모티브로 통신사 사행길에 오른 무명 화가 변박이 그린 그림 ‘유마도’의 비밀을 파헤치는 무용극이다. 400년 전 조선통신사들이 건넜던 망망대해와 여정을 한국의 춤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2019년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정기 공연으로 초연됐으며 이번에 시즌Ⅱ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무용극은 프롤로그(왕께서 사신을 보내어 좋은 말로 통신하네)와 에필로그(두 마음이 서로 같네) 외에 △먼바다 앞의 마지막 길(1장) △북 치고 피리 불며, 통신사의 배에 출항의 돛을 높이 걸었다(2장) △통신사들 마침내 동쪽 땅을 딛다(3장)으로 구성된다. 안무와 연출(조주현 연출가)은 같은 이가 맡았지만, 주요 장면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지휘는 원영석(이화여대 한국음악학과 교수)으로 달라졌다.
이정엽 부산국악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서 3년간 대작을 만들지 못했다”면서 “통신사 일행이 탄 배 ‘사견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대미술과 장대한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LED 영상과 실제 재현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하고, 관객 몰입형 이머시브(실감형) 음향 등 제작비만 3억 4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대작인 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7일 드레스 리허설을 봤더니 시청각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한층 생동감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묘미가 색달랐다. 이번 공연은 부산에서 매년 개최해 온 조선통신사 축제(부산문화재단 주최)와 연계해 선보이는 만큼 5일 저녁 공연은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 관계자도 단체 관람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3일부터 13일까지 총 8회 예정돼 있다. 공연은 일, 월, 화요일을 제외한 주중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시작한다. 주요 캐스트인 변박(서한솔·정동영)과 풍백(김성수·이시원)은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공연 예매는 국립부산국악원 누리집(busan.gugak.go.kr)을 통한 온라인·전화로 가능하며, S석 2만 원, A석 1만 원이다. 부산 시민은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립무용단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 세헤라자데’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이정윤 예술감독은 우리 시대, 한 가정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예술감독은 “고전과 현대성, 무용과 음악 그리고 다원 예술로서의 작품 제작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소통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면서 “본질적으로는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작품은 기존 ‘천일야화’의 다음 날인 1002번째 밤 이야기를 다룬다. 꿈 모험 사랑 축제 그리고 새로운 세계(마음)를 표현하는 네 개(총 4악장)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림스키코르사코프 원곡의 음악 구성처럼 액자 프레임 방식으로 각 장을 전개하지만 무대 배경이 될 장소와 시간대를 한정적으로 연출해 시·공간(현실과 이야기 속의 현실)을 특정하고, 각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부각해 작품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번 작품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이 예술감독의 무대연출과 안무 외에도 최수열 예술감독의 지휘로 연주되는 ‘세헤라자데’ 덕분이기도 하다. 시립예술단 오랜 역사에서 오롯이 무용단과 교향악단만으로 꾸려진 무대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는 110여 명이 출연하고, 예산은 1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예술감독은 “세헤라자데는 기본적으로 3박 개념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이라 한국무용과의 접점이 많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작업 과정을 지켜보니 이게 무용을 위한 음악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요소와 강약의 밸런스가 조화로운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무용을 베이스로 한 창작 무용과는 예전부터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결국 마음 맞는 무용감독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정윤 감독이 온 뒤 뭔가 재미난 걸 해 보자고 하다가 이번에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 역시 부산시향 연주와 최 예술감독의 지휘로 협연 되는 이번 작품에 큰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고전에서 찾고, 전통에 길을 묻는 시립무용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주요 배역은 세헤라자데(엄마) 김도은(상임 단원), 술탄(아빠) 강모세(수석 단원), 공주(여대생 딸) 하현정(상임 단원), 신드바드(고2 아들) 김하림(비상임 단원)이 맡았다. 소통의 신(최수열)과 관계의 신(이정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공연은 12일 오후 7시 30분, 13일 오후 4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고, 관람료는 R석 3만 원, S석 2만 원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