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첫 회의서 근로자-공익위원 ‘날선 공방’
지난달 무산 뒤 가까스로 1차 회의 열려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놓고 신경전
최저임금 의결 기한 넘길 듯
2024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정면 충돌하면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며 장내 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당시 노동계는 권 교수가 논란이 된 근로시간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으로 활동했고 ‘노동 개악’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도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의 인사말이 끝난 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회의 무산에 대해 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의 사과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사과를 거부했고 권 교수는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고성이 오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는 노사 간 팽배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재와 조율은 공익위원들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그러므로 공익위원들은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제도 취지에 맞게 노동계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주 69시간제’를 내놓고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며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18일 전원회의 무산에 대한 박준식 위원장의 사과도 요구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사과드릴 말씀이 없다”고 맞섰다. 권 교수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하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거나 외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최저임금위 존재나 운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공익위원 간사로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근로자위원이 속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달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실질임금이 낮아져 시급 1만 2000원, 월급 250만 8000원(209시간 기준)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이뤄진다. 노사 입장은 분명해 대부분 학계 인사로 이뤄진 공익위원들의 의견이 최저임금 수준에 많이 반영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6월 말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늦게 첫 회의가 열리는 만큼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의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생계비 적용 방법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