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관?” 찰스 3세 대관식에 영연방 시큰둥
호주·캐나다 등 군주제 무관심
일부 국가들 공화국으로 전환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앞두고 호주, 캐나다 등 영국 연방국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제국 시절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영국 연방국 중에는 여전히 영국 왕을 군주로 섬기는 나라들이 있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그런 경우다.
찰스 3세는 오는 6일(현지 시간) 대관식을 통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한다. 그러나 영연방 국가 일부에서는 이번 대관식이 오히려 군주제의 필요성을 도마 위에 올리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이번 대관식을 앞두고 “군주제 아닌 민주주의”라는 글이 적힌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 ‘호주 공화주의자 운동’(ARM)이라는 단체가 밀고 있는 구호다. 호주에서는 이미 서서히 군주와 결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2월 호주 중앙은행(RBA)은 1992년부터 엘리자베스 2세 초상이 인쇄돼 있던 5호주달러 지폐 앞면에 찰스 3세 초상 대신 원주민 문화 관련 도안을 넣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영연방 국가 중 트리니다드토바고, 도미니카, 피지, 모리셔스가 군주제를 버리고 공화국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2021년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거듭났다.
캐나다에서도 영국 왕에 대한 무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캐나다는 수도 오타와에서 찰스 3세 대관식을 기념한 각종 연설, 공연, 예술 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 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9%만 이번 행사를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로 본다고 답했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는 전국 여러 학교가 휴교했던 것과 달리 찰스 3세 대관식을 기념해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샤치 컬 앵거스리드연구소 대표는 “문화적, 언어적, 민족적으로 지금의 캐나다는 1953년의 캐나다가 아니다”며 “나이 많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군주제를 지지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도 전날 찰스 3세 대관식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지나면 뉴질랜드가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