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고요로움
강신형(1959~ )
사랑이라는 것?
참, 몰랐지
목덜미를 간질이는
열 손가락의 햇살
봄날의 부드러움처럼 다가서는
신(神)의 이야기
정말 몰랐지,
생각도 하지 못했지
별은 지고
골목을 휘돌았던 바람
또 하루의 안녕을 걱정하는
발길에 감겨드는데
사랑을 아느냐고
오늘도 묻는다
물고기 세 마리가 가슴팍에 노니는
놀라운 고요로움.
- 시집 〈내게 이제 와 나직이 묻는다〉(2023) 중에서
사랑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든 사랑은 점점 고요해진다. 거리가 생기고 둘레가 생기고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 사랑은 ‘봄날의 부드러움처럼 다가서는 신(神)의 이야기’ 같고 ‘또 하루의 안녕을 걱정하는 발길에 감겨’드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나고 보면 사랑은 막상 그때는 몰랐던 것. 정말 몰랐던 것이었다. 젊은 날의 사랑은 대개 격정적이고 놀라운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의 사랑은 ‘내게 이제 와 나직이 묻는’ 그 무엇인 것에 가깝다. 그 사랑엔 ‘물고기 세 마리가 가슴팍에 노니는 고요로움’도 있다. 성윤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