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옥공정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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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목구조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옥은 한겨울에 온돌이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가 땀을 식혀 주는 특징이 있다. 한옥이란 단어가 한국에 등장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1907년 4월에 작성된 ‘가사(家舍)에 관한 조복문서(照覆文書)’에는 서울 돈의문에서 배재학당에 이르는 정동길 주변 약도에 ‘한옥’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개항 이후 세워진 서양식 주택인 양식 가옥, 양옥에 대응해 만들어진 신조어였다.

6·25전쟁 이후 도시 과밀화로 서양식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비효율적인 건축으로 인식돼 설 자리를 잃은 한옥은 90%가량이 헐렸다. 현재 격식을 갖춘 온전한 한옥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1457년에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에 세워진 ‘서백당’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한옥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는 1000여 채가량이 남아 한국의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무료로 개방한 한옥 문화재 3D 데이터가 중국 네티즌의 집단적인 ‘댓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의 주된 댓글 테러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지난달 업로드한 조선시대 전통 건축물 ‘창원의 집’, ‘제주목관아’의 3D 모델 데이터와 각종 전통 문양 이미지·질감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일부”, “현판과 문양에 한자가 있으니 한국 문화가 아닌 중국 문화” 등의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한반도 고대사를 중국 국내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역사 왜곡인 동북공정에 이어 한복, 김치, 비빔밥, 한글, 삼계탕, 한옥 등 우리 문화를 중국에 예속시키려는 문화 약탈 행위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너진 제국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중국몽이 자칫 힘자랑과 약탈, 탐욕으로 비치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2030세대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비호감 국가 1등으로 꼽힐 정도다.

우리 선조는 한옥 창을 활용하여 바깥 경치를 빌려 오는 차경을 즐겼다. 방 안에 앉아 마당 너머의 자연과 교감할 수 있었다. 비움의 구조인 한옥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가질 수 있다. 중국 네티즌들도 한옥 대청 마루에 앉아서 뒤틀린 자신감은 비우고, 서로를 존중하는 조상들의 지혜는 채웠으면 좋겠다. 열등감은 국가의 품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도 깨닫길 바란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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