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빌라왕’ 피해자들 "공인중개사가 30억 빌딩 60억이라 속여”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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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130채 소유주 연락 두절
세입자, 알선 중개사도 경찰 고소
"근저당보다 거래액 훨씬 높다며
부정확 정보 앞세워 계약 유도"
집주인 능력 충분하다는 설명도
보증금 못 받은 입주자 계속 증가
피해자들 “공동소송 나서겠다”

대규모 전세피해가 우려되는 부산의 한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가담 의혹이 제기됐다. 전세피해가 우려되는 수영구의 한 건물. 부산일보DB 대규모 전세피해가 우려되는 부산의 한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가담 의혹이 제기됐다. 전세피해가 우려되는 수영구의 한 건물. 부산일보DB

속보=부산 4개 구에 걸쳐 빌라 130여 실을 소유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된 사건(부산일보 4월 28일 자 5면 등 보도)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공인중개사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2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올 2월 부산 남부경찰서 등에 집주인 50대 여성 A 씨와 함께 공인중개사 B 씨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엔 공인중개사 B 씨가 빌라 계약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고 전세 계약을 종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소장을 제출한 30대 남성 C 씨는 직장과 가까운 집을 구하기 위해 2021년 5월 수영구 한 빌라에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그러나 만기 3개월 전인 올 2월부터 집주인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6400만 원을 대출 받아 전세금 8000만 원을 마련했던 C 씨는 A 씨의 잠적으로 은행 빚을 떠안고 살 위기에 처했다. A 씨는 계약 연장과 관련된 연락만 선택적으로 받고 있으며, 방을 빼겠다거나 보증금을 돌려 달라는 연락은 받지 않고 있다는 게 C 씨의 주장이다.

특히 C 씨는 공인중개사 B 씨가 전세 계약을 할 당시 A 씨의 말에 맞장구치며 계약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 씨는 “계약 당시 빌라의 등기부등본에 해당 건물(30실 한 개동)을 담보로 선순위 근저당권 26억 원이 설정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집이 안전한 것이 맞냐, 다른 부동산을 보고싶다고 요청했으나, 집주인 A 씨와 중개사 B 씨는 이 건물의 매매가액은 60억 원 이상으로 매매가액이 훨씬 높아 안전한 부동산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그러나 실제 매매가액은 한 호수당 9000만 원 정도로, 현재로서는 한 동에 30억 원도 채 되지 않아 상당히 불안정한 물건이었다”며 공인중개사 B 씨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전세 계약을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실과 다른 설명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중개사 B 씨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구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 신청을 넣었을 때 만일 문제가 있는 부동산이라면 은행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며 “집주인이 다른 부동산도 많지만 단 한 번도 임차인과 임대차보증금반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계약을 체결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밝혔다. B 씨가 집주인 A 씨의 변제 자력이 충분하니 보증금 반환은 걱정하지 말라며 피해자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 보증금 미반환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있는 A 씨는 부산 곳곳 4개 빌라에서 130여 실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피해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다. A 씨가 소유한 수영구 소재 빌라는 30실, 연제구 소재 빌라는 32실, 서구 소재 빌라는 42실, 공동 소유한 부산진구 소재 빌라는 33실 규모로 추산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빌라에는 적게는 24억 원, 많게는 46억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현재 만기가 다가온 세입자들은 A 씨와 계약 만료·보증금 반환 관련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변호사 선임 등을 통해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C 씨는 “빌라 세입자 중 계약 만료에 의한 전세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20세대 가까이 된다”며 “피해금액만 대략 12억 원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에 대한 고소장 접수 이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며, 고소장에 접수된 피해액은 약 6억 2000만 원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액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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